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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PD·배우·작가·연예기획자··· 방황하던 청춘 연우재가 사는 법

장종회 기자

jhchang@

기사입력 : 2026-02-05 15:56 최종수정 : 2026-02-05 17:16

청춘의 질문이 직업이 되기까지
잘 살겠다는 강박 대신 관찰자로
‘나를 이해하는 법’ 통해 사업가로
정체성 유예의 시대를 살아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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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작가, 콘텐츠 기획자, 프로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연우재

배우이자 작가, 콘텐츠 기획자, 프로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연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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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나는 왜 항상 같은 지점에서 흔들릴까”



배우 연우재(가족 이름을 한글자씩 딴 예명)는 한동안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딱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는 사람” 언론사 인턴 프로듀서(PD), 영상 에디터, 프리랜서 제작자, 배우, 유튜브 컨설턴트, 콘텐츠 기획자…그의 이력서에 적히는 직업은 계속 늘어났지만,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마다 그중 어느 하나로 스스로를 꺼내 보이기엔 늘 주저함이 앞섰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남들보다 잘 풀린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는 늘 같은 질문 앞에 멈춰 섰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이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연우재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하려 하면 할수록 그 물음은 더 집요하게 그를 쫓아다니는 듯했다. 연애에서도, 일에서도, 어쩌면 주변의 모든 관계에서 반복되는 의문이었다. 잘해 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 어긋났고, 괜찮은 척할수록 속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이상하게도 문제는 늘 ‘능력’이 아니라 ‘나 자신’인 것처럼 느껴졌다.

커리어가 아니라 감정이 먼저 움직였다



연우재란 이름은 아직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서사는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많은 젊은이들의 초상과 겹친다. 안정적인 길을 따라가다 방향을 틀어 곁길로 새기를 여러 차례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으려 한 청년. 그의 선택에서 흥미로운 건 ‘배우가 되었다’거나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성공 비결이 아니다. 그가 늘 매 순간 자신을 다루는 방식을 바꿔 왔다는 점 때문이다.

연우재는 1995년생으로 이제 막 30대 초반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사회생활 출발점은 배우가 아니었다. 스무 살에 드라마 촬영팀을 기점으로 방송계에 발을 들인 그는 서강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면서 한 언론사에서 인턴 영상PD로 일했고, 20대 중반에 석사까지 마쳤지만 그 뒤는 예측불가의 변곡점을 거친다. 석사 과정에선 연기가 아닌 캐릭터 분석과 서사를 연구했는데 정작 공부를 마친 뒤엔 홀린 듯이 연기판에 뛰어들었다. 같이 공부하던 선배 배우의 지도를 받으며 진짜 연기자가 되어 볼까 싶었다. 운 좋게 배우를 지망한 지 6개월만에 캐스팅 돼 OTT 드라마 ‘소년비행’ 시리즈에 조연급으로 출연도 했다.

배우로 데뷔했지만 그 이후로 연우재가 택한 것은 의외로 멈춤이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시점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내면에서 고개를 들었다.

연우재는 비교와 자기검열 대신 자기객관화에 초점을 맞추며 삶의 방향을 점차 자신에게로 옮겨갔다. 이어지던 기회나 제안도 뿌리쳤다. 그는 이 시기를 “나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정리해야만 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정리의 결과물이 바로 책이었다.

배우를 지망했던 것도 그에게는 억눌려 있던 감정을 자유롭게 느끼기 위한 것이자 “사람은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어떤 감정 구조 속에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가”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결국 그 탐색의 종착지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신인 배우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는 연우재

신인 배우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는 연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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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대신 관찰한 기록 ‘이상한 나와의 사랑법’



연우재는 2025년 말에 ‘이상한 나와의 사랑법’이라는 자전적인 심리 에세이 책을 펴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방황하던 그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정을 담은 글이다. 책에서 그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흔한 심리서들에 쓰여 있듯 “괜찮아질 거야” 하는 식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따라갈 수 있게 보여준다. 한 사람에게서 애착과 결핍의 흔적이 어떻게 발현되고, 또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며 삶을 바꿔왔는지 말이다.

책에는 불안 애착, 방어기제, 무의식 같은 심리적 언어가 등장하지만, 해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해결이 아니라 인지라는 생각에서다. “자기 사랑은 감정의 결론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은 연우재가 끝까지 붙잡고 있는 인생을 풀어나가는 실마리이다.

연우재는 책에서 자신을 미화하지 않았다. 대신 반복되는 실패와 어긋난 관계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고 싶었던 욕망을 차분히 꺼내 놓았다. 실패를 넘어서려 발을 동동구르며 애쓰는 게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이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가 아니라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로 질문을 돌린다. 그 사소한 변화가 그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 버렸다.

영상PD·배우·작가·연예기획자··· 방황하던 청춘 연우재가 사는 법이미지 확대보기


혼자 흔들리던 사람들’ 곁으로 간다



책을 쓰면서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연우재는 또다시 새로운 선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24년 가을 무렵부터 신인 배우들의 맞춤형 프로필을 제작해 주고 연예 브랜딩을 돕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단순히 스틸 사진이나 짤막한 연기영상을 찍어주는 일이 아니다. 배우의 캐릭터를 읽고, 강점을 정리해 캐스팅을 염두에 둔 디렉팅까지. 연락조차 오지 않는 상황에서 왜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는지를 분석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모색하는 작업이다.

일종의 ‘배우 브랜딩 컨설팅’이자 무소속 배우들을 위한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는 일은 어쩌면 그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모른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캐릭터로 분석하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이 켜켜이 쌓여진 복합적인 경험이 그를 배우 컨설턴트로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다.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기회조차 없어 어디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몰랐던 신인 배우들이 몰렸다. 영상과 연기를 알고, 무엇보다 신인 배우의 좌절을 몸으로 겪은 것은 기존 엔터테인먼트사나 캐스팅업체가 갖지 못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배우 브랜딩·제작사 ‘어슬렁이엔티(a slow ent)’다. 각자 가진 속도와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어슬렁거리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여기서 그는 신인 배우가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코칭해준다. 아직까지 누구도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이니 그는 현재로선 독보적 존재인 셈이다.

어슬렁이엔티 로고

어슬렁이엔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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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은 실패가 아니라 미완의 가능성

연우재가 눈길을 끄는 건 그가 방황을 끝낸 성공담을 들려줘서가 아니다.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오가는 한 젊은이가 방황을 없애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내면화해 자기 뿐 아니라 타인까지 돕는 서비스로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배우도, 작가도, 컨설팅 사업가도 그에게는 결국 ‘나’라는 하나의 궤적 위에 놓인 역할에 불과하다. 일부 삶의 궤적은 배우 박정민과 닮은 구석이 있지만, 그를 ‘제2의 누군가’로 부르기에는 아쉽다. 연우재는 어떤 틀에도 머무르지 않고, 매 순간 자기만의 선택으로 길을 열며,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이게 바로 정체성이 유예된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의 생존법이 아닌가 싶다.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커리어, 늦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흔들리는 자존감. 그는 이 모든 것을 구조화해서 뛰어 넘었다. 그는 여전히 배우다. 동시에 작가이고, 기획자이며 사업가로서 신인 배우들의 길을 설계해주는 사람이다. 이 모든 정체성은 하나의 문장으로 통한다. “나를 이해하는 능력이 선택을 바꾸고, 결국에는 삶의 형태 마저도 바꾼다.”

연우재의 방황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다만 이제 그 방황은 방향을 잃은 흔들림이 아니라, 궤도 위에서 확장해 나가는 움직임이다. 연우재의 이야기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만 뒤처진 것 같아”라고 느끼는 20~30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주저앉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바라보며 이해해보라고.

어슬렁이앤티 촬영을 하면서 연기 디렉팅을 하는 연우재

어슬렁이앤티 촬영을 하면서 연기 디렉팅을 하는 연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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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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