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첫 AI 법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은 AI 산업 육성과 함께 안전한 활용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에게 AI가 개입된 서비스임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규정한 ‘투명성 확보 의무’, 생명·신체·기본권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고영향 AI’의 안전 관리 의무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 설계·운영 과정에서 AI 이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위험이 높은 기술에 대해선 별도의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위반 시 시정 명령과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선 정부는 1년여의 계도 기간을 거쳐 법 집행에 나설 예정이며, 관련 지원을 위해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내에 ‘AI 기본법 지원데스크’를 설치했다.
통신 3사, AI 투명성 확보 전면 점검
이러한 법적 요구사항에 직면한 이통 3사는 법 시행 즉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고객센터, 요금·멤버십, 추천·상담 등 고객 접점 서비스에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법 시행 직전부터 전사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며 ‘Good AI’ 사내 캠페인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AI 기본법 주요 조항과 개인정보 보호 지침을 임직원에게 공유하고, AI 서비스별 프라이버시·안전 기준을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SK텔레콤은 이미 2021년 ‘사람 중심 AI’ 원칙을 수립한 데 이어, 2024년 자사 AI 운영 철학을 담은 ‘T.H.E. AI(Trustworthy, Human-centered, Ethical AI)’를 공개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국내 통신사 최초로 국제 표준인 ISO·IEC 42001(인공지능 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내 ‘AI 거버넌스 포털’을 열어 AI 서비스 전 과정에서 법·윤리 준수 여부를 중앙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KT는 ‘책임 있는 AI’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법 준수 체계를 구조적으로 고도화했다. 2024년 ‘책임감 있는 AI 센터(RAIC)’를 출범시킨 데 이어, 국내 통신사 최초로 AI 최고책임자(CRAIO)를 임명했다. AI 기술 성능뿐 아니라 사회·법적 책임을 포괄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KT는 AI 기획·개발·운영 전 과정에 자체 윤리 원칙 ‘아스트리(ASTRI)’를 적용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KT 책임 있는 AI 자문위원회’를 통해 업계 및 정부와의 협력 채널을 가동 중이다.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윤리와 법 준수를 필수 교육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KT는 2025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실시한 ‘RAI(Responsible AI) 성숙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제도적 대응 역량을 인정받았다.
LG유플러스는 생성형 AI가 적용된 주요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사 시스템을 전면 점검했다. 고객센터 및 통합 앱 ‘U+one’ 등에서 이용자가 AI 기반 기능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약관과 사전 고지를 강화했다.
동시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정보보안센터, 법무실 등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법 준수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리하고 있다. 임직원 교육도 강화해 모든 구성원이 법 내용과 투명성 의무를 이해하도록 지원한다.
AI 기본법이 만든 새 판…기술 경쟁에서 관리 경쟁으로
통신 3사는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내부 AI 관리 체계를 제도화하고, 전사 가이드라인과 준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체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단순히 법 조항을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정부의 세부 시행령과 표준안 마련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업계 공통의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응이 통신 3사의 경쟁 구도를 AI 기술력에서 AI 관리 역량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ISO·IEC 42001 인증과 책임 있는 AI 평가 등 객관적 인증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향후 금융·공공·제조 등 인접 산업에서도 유사한 거버넌스 체계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은 기업이 기술을 어떻게 설계·운영·감독하는지를 제도적으로 점검하는 첫 기준이 됐다”며 “이통 3사의 대응 수준은 다른 산업의 AI 거버넌스 모델로 확산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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