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2022년 채권시장 경색으로 촉발된 ‘역머니무브’ 현상은 조달 비용의 증가와 수익성 저하를 불러왔고,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PF 대출 우려는 건전성 관리라는 준엄한 과제를 던졌다.
이에 저축은행 업권은 부실채권 정리 등을 위한 자구노력 결과, 2025년 흑자 전환과 연체율 안정을 이뤄내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회복을 두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의 반등은 조달원가 안정화와 부실채권 정리에 기댄 ‘제한적 회복’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인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가계부채 총량규제와 건전성 회복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여전히 위축되어 있고, 금융산업 내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입지와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서민금융’이라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 서민금융 확대로의 대전환
2026년은 저축은행의 역할과 입지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대전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나 경기 회복만을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서민금융과 포용금융의 실질적인 바탕을 확보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두가지 방향이 필요하다.첫째, 부동산 대출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고 서민금융과 생산적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해야 한다.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공급 비중을 높이고,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자산 구조 다각화를 통해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수행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둘째, 서민금융의 단순한 양적 확대 뿐 아니라 서민들의 재기와 성장을 돕는 금융생태계내 ‘신용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며 서민금융의 질적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우리이웃’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경제적 자립과 신용도 개선을 도와 양질의 금융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저축은행이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계대출 뿐 아니라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포용금융을 실천하여 혁신성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유망 중소·중견기업들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금융공급 역할도 지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방향성을 근간으로 중앙회는 회원사와 힘을 모아 2026년 중 두가지 우선 과제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먼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와 원가 절감을 통해 안정적인 서민금융 공급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서민과 소외계층의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에 특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서민들이 수용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의 대출 금리 제시를 위해 경영합리화, 영업인프라 개선 등의 원가절감 노력도 지속 경주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맞추어 영업 채널을 다변화하고자 한다. 비대면 채널의 편의성을 개선하여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고객들이 저축은행을 더욱 친숙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영업망이 열위한 지방·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서민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당국과의 파트너십
저축은행의 자구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뒷받침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대전환' 기조는 저축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향점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업권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첫째, 자산 규모별 맞춤형 규제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자산 규모와 영업 환경이 제각기 다양한 전국 79개 저축은행에게 동일한 규제 체계를 적용하기 보다 대형사·소형사 체급에 맞는 성장 경로를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감독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영업구역 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시기 경제 상황에 맞춰 설계된 영업구역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 간의 양극화와 지역간 서민금융 공급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금융환경 변화에 맞춘 영업구역 규제 재설계를 통해 수도권-지방 저축은행간 균형잡힌 성장과 지역내 서민금융의 원활한 공급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불합리한 비용 구조의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빅테크사가 높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대출비교플랫폼에서 업권별로 차등 부과하는 중개수수료 체계는 저축은행 서민금융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은행 대비 5배나 높은 저축은행 예금보험료율은 업계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온전한 서민금융공급 역할 수행을 위한 규제 유연화와 정책적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면밀한 관리는 필연적이나, 생계형 서민·소상공인대출이나 중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포용적 금융 차원에서 업권규제를 유연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저축은행 등 민간 서민금융기관이 그간의 노하우와 고객 접점을 바탕으로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해 중앙회와 저축은행은 금융당국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포용금융 대전환을 함께 완성해 나가는 책임있는 파트너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업계 이익과 수혜를 위한 제도 개선이 아닌 정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현장의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제도합리화를 함께 고민하고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 간의 경험과 저력을 통해 일구는 지속가능한 미래
저축은행은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질곡의 역사 속에서 숱한 위기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저력이 있는 금융기관이다.비록 현재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저축은행 업계가 그 간의 저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금융'이라는 대원칙 아래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여건은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저축은행은 낮은 신용도를 가진 개인과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이자 예금자 보호의 최후의 안전망이다. 이러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포용금융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저축은행은 시장과 우리 이웃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다.
저축은행의 금융산업내 역할과 입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환의 원년인 2026년, 저축은행은 다시 서민의 곁으로 힘차게 달려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그 변화의 중심에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앞장서서 길을 닦고 지원해 나갈 것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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