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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2분기 영업익 8.8조...정유 꺾여도 윤활유 날았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2 15:15 최종수정 : 2026-08-12 15:43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윤활유 사업의 기록적인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들어 유가 급락으로 본업인 정유 부문 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나, 글로벌 경쟁사 공급 차질로 마진이 폭등한 윤활유 부문이 효자 노릇을 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12일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공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26년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약 8조8270억 원에 이른다. 지난 1분기 5조9630억 원보다 48%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4조8000억 원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크게 뛴 국제 유가로 인해 재고 평가이익이 확대됐고, 석유 제품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선구매 수요에 마진이 극대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22년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12조3200억 원)도 뛰어넘었다.

기업별 영업이익 규모는 SK이노베이션(3조3873억 원), GS칼텍스(2조5507억 원), HD현대오일뱅크(1조8241억 원), 에쓰오일(9650억 원) 순이다. 영업이익률은 GS칼텍스(16%)가 가장 높았고,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에쓰오일(10.8%)과 다양한 사업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10.6%)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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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노릇 톡톡히 한 윤활유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정유 부문에서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직전 분기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5월 중하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돌입했다는 기대감에 7월 초까지 국제유가가 고점 대비 50% 이상 내려온 영향으로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분기 각 사 정유 부문 영업이익(영업이익률)은 GS칼텍스 2조1993억 원(16.5%), HD현대오일뱅크 1조2833억 원(15.5%), 에쓰오일 5324억 원(5.9%), SK에너지 6512억 원(4.9%) 순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에서 5~6월 일부 설비 정기보수 영향으로 수익률이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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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2분기에 영업이익이 더 늘어난 이유는 윤활유 사업 호조다. 저렴할 때 구입한 원재료를 비쌀 때 파는 래깅 효과도 있었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카타르 등 해외 윤활유 경쟁사들의 공급 차질로 역대 최대 수준에 오른 윤활기유 마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윤활유 사업은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영업이익 6919억 원(영업이익률 34.9%)과 4774억 원(36.7%)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이끌었다. GS칼텍스과 HD현대오일뱅크도 윤활유에서 영업이익 3577억 원(52.1%), 1814억 원(48.6%)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역래깅 우려에도 구조적 변화에 주목

하반기엔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가능성에 따른 역래깅 우려가 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국제 유가 급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던 2022년 하반기와 같은 일은 되풀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우선 윤활유 강세는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인 그룹3 중심으로 윤활기유 수급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인도·사우디아라비아·폴란드 등 경쟁사 증설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어 내년 또는 내후년에야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협 봉쇄 시점에 따라 윤활유 스프레드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치며 복수 생산 거점을 보유한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정유 업황은 워낙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 각국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업황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정유사들이 중동 전쟁을 계기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원유사들이 OSP(공식판매가격)를 낮추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원가 부담 감소로 인해 일정 수준의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3일 에쓰오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회사가 하반기 2조3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현재 83달러)일 것이라고 가정해 산출했는데도 상반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낸다는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2조8000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대폭 감소하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견조한 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유사들이 글로벌 정제설비 부족 국면에서 저렴한 원가로 원유를 공급받는다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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