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통신위원회 해킹 관련 청문회에서 롯데카드 매각 의사를 밝혔다. 해킹 규모가 상당한 만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업계 예상과는 다른 발언이었다.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지분율 59.83%)는 이전부터 꾸준히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2022년 3조원가량을 희망했지만 인수후보와 눈높이가 맞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에는 몸값을 2조원대로 낮췄지만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해킹’이라는 최대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해킹 사고는 고객 피해 여부를 떠나 기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로 회복은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안투자 등 막대한 비용이 유출된다. 훼손된 기업가치를 복구하는데 상당 시간도 요구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즉각적인 등급 조정보다는 회원수 감소 등 실질적인 기업 펀더멘탈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롯데카드 신용등급 AA-로 우량급(AA급 이상) 턱걸이다. 이번 해킹이 최악의 사태로 전개돼 등급이 강등되면 비우량급(A급 이하) 취급을 받게 된다. 이 때 자금조달 등에서 비용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등급 하락 시 여타 금융사 대비 더 큰 타격을 입는다. 롯데카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고객이탈을 막아 본질적인 가치 훼손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규제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보다 생산적인 금융을 강조하며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언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가중자산(RWA)이다. RWA 하한을 올리면 금융사들이 뛸 수 있는 영역은 많아진다. 이는 금융업계 인수합병(M&A)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지주가 카드사를 인수하면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는 신용도 측면 인수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더 큰 상황이다. 특히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큰 가운데 롯데카드 카드론 금리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그간 롯데카드 인수후보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거론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RWA에 대한 부담이다. 신용도와 인수금액도 문제지만 비은행 사업 중 카드업은 자본확충 등에서 더 고심해야 한다.
금융규제는 ‘개선’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카드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카드 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롯데카드는 물론 홈플러스 사태로 MBK는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로 확산되면서 MBK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반면, 롯데카드 잠재 인수후보들을 시간을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A 과정에서는 실사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며 “롯데카드와 같이 해킹 사고 등이 터지면 매각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사실상 MBK를 겨냥하고 있어 기존에도 풀이 많지 않았던 원매자들은 더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