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2년생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1988년 현대자동차 입사 /2007년 기아 프랑스법인장 /2009년 기아 수출기획실장 /2012년 기아 사업성장본부장 /2013년 기아 유럽버인장 /2017년 기아 사업관리본부장/2020년 기아 대표이사 (現)
이러한 위상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 기아 대표이사 송호성닫기

1962년생인 송호성 사장은 불문학도다. 엔지니어 혹은 경영·재무 출신 완성차 브랜드 CEO(최고경영자)와는 사뭇 다른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그가 기아 유럽 사업을 맡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2007년 기아로 이동했다. 송호성 사장이 기아에서 처음 맡은 직책이 프랑스 법인장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을 이끌던 정몽구 회장이 선언한 ‘글로벌 리더 도약’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핀셋 인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송호성 사장은 프랑스에서 준중형 해치백 ‘씨드’ 등 현지 전략형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 상승을 이끌었다. 2009년에는 기아 본사 수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아 글로벌 수출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었다.
송호성 사장은 2013년에는 유럽 법인장을 맡아 기아의 유럽 전체 판매 확대를 주도했다. 유럽 맞춤형 전략 차종을 늘리는 한편, 현지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기아 유럽 판매량은 그가 유럽 법인장을 맡기 시작한 2013년 33만 9,000대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47만 3,000대로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 유럽 판매 비중도 14%에서 17%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기아 글로벌 판매량이 236만 9,000대에서 222만 5,000대로 오히려 감소한 상황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띄는 성과였다.
그는 유럽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설된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약 3년간 기아 해외 시장 사업계획 수립과 생산·판매 조정 등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송호성 사장은 2020년 승진과 함께 기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기아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본격화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란 등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송호성 사장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을 넘어 오히려 역대 실적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동화 흐름에 맞춰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출시하고, 고부가가치 차종인 하이브리드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중심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송호성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 기아는 연결 기준 매출 59조 1,681억 원, 영업이익 2조 66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8%, 2.8% 증가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69조 8,624억 원, 2022년 86조 5,590억 원, 2023년 99조 8,084억 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기아는 107조 4,487억 원으로 연매출 100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2021년 5조 556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4년 12조 1,036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3.5%, 2021년 7.3%, 2022년 8.4%에 달하더니 이후 두자릿수를 돌파했다. 2023년 11.6%, 2024년 11.8%로 상승하며 같은 기간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률을 앞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기아는 연결 기준 매출 57조 3,671억 원, 영업이익 5조 7,73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8% 증가했지만, 미국 관세와 주요 시장 경쟁 확대로 인한 인센티브 증가 등 여파로 영업이익은 약 18.5% 감소했다.
특히 4월부터 시행된 미국 관세로 약 7,860억 원 손실이 발생한 점이 뼈아팠다.
기아는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시장이 강한 송호성 사장의 전문성이 다시 빛을 발할 시점이다.
송호성 사장은 올해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차 ‘EV3’를 선보이며 판매를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 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5만 5,915대로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고, 현대차(4만 6,380대)를 앞질렀다. EV3는 상반기에만 약 3만 대가 팔리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연내에는 첫 전기 세단 ‘EV4’와 EV5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EV4는 유럽에서 호응이 높은 해치백 모델 공개에 이어,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패스트백’ 모델까지 더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 이 밖에 기아의 첫 PBV(목적기반차량) ‘PV5’도 유럽 출격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기아는 내년 2분기 소형 전기차 ‘EV2’를 출시해 라인업을 한층 강화한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처음 공개된 소형 전기 SUV EV2는 프런크(전면 트렁크)를 탑재하고, 차량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과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상위 차급 기능을 갖췄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