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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전자는 ‘10년 좌우하는 선택’ 잘 하고 있는가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22 05:00 최종수정 : 2025-12-22 22:54

세계 최고 일본 가전산업 한 순간 쇠락
하드웨어 경쟁력서 새 성장엔진 찾아야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한국 주력 산업이 중국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위기감은 값싼 노동력이 강점인 전통 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철강, 일반기계, 2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등과 같은 업종은 이미 중국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분야의 경우 한국 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 경쟁력은 99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이 “중국 경쟁사들은 자본, 인력에서 우리보다 3~4배 이상 투입하고 있다”며 “5년 뒤 생존을 위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발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TV 산업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글로벌 점유율에서 추월당한 LCD TV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녔던 OLED TV 주도권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OLED와의 기술 격차가 6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LG전자가 중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프리미엄’이었다.

이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백색가전 시장에서 주효한 전략으로 통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침체와 미국 ‘관세 폭탄’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LG전자 미국법인(LGEUS)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16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까지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맣은 연간 2,000억 원을 벌었던 곳이었는데, 순식간에 이렇게 됐다.

국내 전자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과거 일본과 겹쳐 보인다. 1980~1990년대 세계를 주도했던 소니·파나소닉·샤프 등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삼성, LG에 역전 당했다. 카메라, LCD 등 하드웨어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에도 디지털·서비스 중심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해 탈락했기 때문이다. 절치 부심 끝에 게임, 음악 스트리밍,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 소니가 그나마 생존에 성공했을 뿐이다.

LG전자는 바로 곁에서 일본 전자기업들 쇠락을 지켜봤다.

그래서 그냥 손 놓고 있지는 않다. 과거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뒤 전기차 부품, 가전 구독 서비스, AI·로봇을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등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이들 신사업이 기존 주력 사업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 집중 육성 전략은 긍정적 신호다.

ES본부는 수익성이 높은 에어컨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성장에 맞춘 대형 칠러 등 B2B 솔루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B2B 솔루션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LG전자 광고 문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야 한다. LG전자는 금성사 시절부터 일본을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늘 ‘격차’를 만들어내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이제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을 제시하는 ‘가전 명가’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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