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분화'되는 금융당국…핵심은 금감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서 금융당국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기존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된다. 이로써 금융당국은 재정경제부(금융정책). 금융감독위원회(감독·소비자보호 정책), 금융감독원(검사·조사 집행) , 금융소비자보호원(민원·분쟁조정) 이라는 4개 조직으로 쪼개지게 된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도 신설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금감위는 이들 기관을 지도·감독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 내부 반발…‘허탈한’ 금융위, ‘분노한’ 금감원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부터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금융위 직원들은 “허탈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금융위가 금융정책 성과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없애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은 졸속이다며 반발했다.
특히 금융위는 전통적으로 행정고시 재경직 최상위권 인재들이 몰리는 소위 ‘선망의 부처’였다. 이번 개편으로 일부 인력이 세종시 기재부로 전보 될 가능성 마저 커지면서 내부에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 역시 반색하기는 커녕 분노한다.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조직이 나뉘고 공공기관으로 묶이는 등 사실상 금감원의 기능이 ‘약화’ 됐다는 평가가 우세한 탓이다.
금감원 노조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닌, 자리 나누기식 개편”이라며 반발했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취업사기’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 금감위 규모 협상…행안부·기재부와 줄다리기
금감위가 실제 어떤 규모로 부활 할지가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는 342명 규모다. 이 중 정책부문 인력은 재정경제부로 넘어간다. 금감위에 남게 될 인원은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150명 이상까지 다양한 관측이 오간다.
금융위는 “장관급 기구에 50명만 남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조직 규모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대상 별 편제 문제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2008년 폐지된 구(舊) 금감위는 81명 규모였다. 하지만, 그간 금융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산하에 증선위·금소위가 신설되는 만큼 확대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국회 문턱 높아…정무위 위원장도 “졸속 개편” 비판
입법 과정에서의 진통도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후속 법안들이 국회 정무위 소관인데, 위원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한홍 의원은 “야당과 협의했던 금융위 존치 약속을 현 정부가 뒤집었다”며 “금융당국 개편은 당사자와 현장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졸속안이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야권을 설득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장 180일간 상임위에 묶이는 등 장기 표류 할 수 있다.
◇ 금융 불안 우려도…“정치적 혼선이 안정성 해칠라”
조직개편이 국회에서 표류하거나 내부 갈등이 지속되면, 금융 시스템의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 변수와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당국 내부 혼선이 자칫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