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을 선도하며 D램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를 앞섰다. 역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장성이 더욱 부각되고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등급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편,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상황은 정반대다. 무디스와 S&P는 SK이노베이션에 각각 ‘Ba1, 부정적’, ‘BBB-, 부정적’을 부여하고 있다. BBB-는 투자등급 턱걸이지만 ‘부정적’ 등급 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신평사들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사실상 투기등급 꼬리표를 달아 놓은 셈이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에 2단계 정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내 신평사들은 양사에 같은 등급인 ‘AA0’를 부여하고 있다.
통상 국내 신평사들은 글로벌 신평사 대비 국내 기업에 1~2단계 정도 높은 등급을 메긴다. 정부 및 계열지원 등 평가관점, 채권투자자 기반, 평가 스코프 기준(경쟁사)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SK이노베이션의 국내 신용등급이 SK하이닉스와 같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두 기업이 속한 산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평가 또한 논리적 설득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글로벌 신평사들이 두 기업에 상이한 평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국내 신평사들의 등급 평정 기준 또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운용 규정상 투기등급 채권 편입이 제한적이다. 국내 서 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이는 시장에서 지적하는 ‘등급 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높은 채권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등급 자체는 물론 금리 왜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SK이노베이션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이는 SK이노베이션의 AA0 등급 유지가 시장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대표 부도예측모형인 ‘알트만 Z-스코어’로 봐도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Z-스코어 기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2년 이후 ‘부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은 지난 2020년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AA+→AA0)한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글로벌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은 물론 등급 전망에 대해 활발한 변동 조정을 보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