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대표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지만, 사업의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외식업은 힘겨운 싸움’이라던 그의 외침처럼 더본코리아에는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의 무수한 방황과 숱한 시행착오가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더본코리아는 설립 시점인 1994년 이후 백 대표와 ‘10년 주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1994년과 2004년, 2015년 그리고 2024년이다.
백 대표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일어나는 법을 배웠고, 각종 방송에 출연해 자영업자의 고민에 명확한 진단을 내렸다. 백 대표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고, 더본코리아도 함께 사세를 키웠다. 어느덧 더본코리아는 연 매출 5000억 원에 이르는 외식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백 대표는 여느 프랜차이즈 기업과 달리 ‘회장’ 직함을 쓰지 않는다.
1966년생인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충남 예산군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는 예산고등학교와 예산예화여자고등학교를 둔 예덕학원 창립자다. 아버지는 충남도 교육감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런 환경에서 백 대표는 교육보다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어릴 적 우연히 본 표고버섯 농사에서 수확률이 높은데 인건비는 덜 드는 수익구조를 봤고, 초등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공병을 모아 고물상에 팔았다.
백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왔다. 대학생 첫 아르바이트로 서울 압구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일했다. 1980년대 후반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막 생겨나던 시기였다. 백 대표는 당시 배달이나 포장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사장에게 제안했고, 직접 전단을 돌렸다고 한다. 그러자 손님들로부터 전화 주문이 쇄도했고, 호프집은 치킨 튀김기를 1개에서 5개로 늘렸다. 그의 첫 성공 경험이다. 이후 사장은 백 대표에게 가게 운영을 맡겼다고 한다.
백 대표는 지난 1994년 1월 더본코리아의 전신인 다인인더스트리얼을 만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인테리어 무역업으로 시작했다.
당시 목조주택 열풍이 불면서 미국으로부터 자재를 들여와 국내로 공급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사업은 휘청거렸다. 환율이 두 배로 뛰면서 건축자재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때 백 대표는 17억 원이라는 빚을 졌고, 사업가로서 첫 실패를 맞닥뜨렸다.
다인인더스트리얼 설립 직전이던 1993년 백 대표는 우연히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쌈밥집을 인수했다. 그는 타고난 미식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쌈밥집 경영에 몰두하게 됐다.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쳐 쌈밥과 어울리는 장류를 선보였고, 손님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백 대표는 자신감을 되찾고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논현동 먹자골목 특성상 고깃집이 매우 많았다. 이에 백 대표는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고기를 더 주는 방안을 생각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대패 삼겹살이었다.
다인인더스트리얼은 창립 10년을 맞던 2004년 2월 현재의 더본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그러면서 주요 사업을 외식업으로 변경했다. 더본코리아의 본은 ‘본가(本家)’의 ‘본(本)’과 영어인 ‘born(탄생하다)’을 합친 의미로, 맛에서는 변치 않는 한국의 근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첫 ‘10년 주기’가 맞물리던 때였다.
더본코리아는 외식업 모태이던 ‘원조쌈밥집’에서 출발해 ‘한신포차’와 ‘새마을식당’, ‘홍콩반점0410’, ‘빽다방’ 등을 차례로 내보였다.
외식업계 큰손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던 백 대표는 2010년대 들어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2015년 1월 MBC TV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이 그것이다. 백 대표는 각종 요리를 선보이면서 외식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전파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tvN 예능 ‘집밥 백선생’과 SBS TV 예능 ‘골목식당’ 등에 연달아 출연, 방송인의 삶을 걸었다.
백 대표는 과거 방송에서 “삼겹살 1kg만 보더라도 정육점에서 1만 원 하던 것이 왜 식당에서 1인분 150g에 1만 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라며 “식당 메뉴 가격은 원재료와 인건비, 고정비 등이 모두 포함된 값으로 외식업 종사자와 손님 간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백 대표와 함께 승승장구한 더본코리아는 창립 30주년이 지나던 2024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당시 백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가 크게 흥행하면서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줬다.
더본코리아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은 772.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 2024년 11월 6일 공모가 3만4000원에서 51.2% 뛴 5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3년간 연 매출이 2022년 2822억 원, 2023년 4107억 원, 2024년 4642억 원으로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현재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만 25개에 달하며, 국내외 가맹점 수는 3300여 개에 이른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지분 59.5%(879만285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오너다. 이런 상황에서 백 대표는 여느 기업과 달리 ‘회장’ 직함을 쓰지 않는다.
다만, 더본코리아 측은 “백종원 대표는 대표이사직으로 직함 사용 관련해서는 별다른 의미는 없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