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불안한 전망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 모셔널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등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모셔널도 최근 경영진을 개편하며 사업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지난 5월 20일과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모셔널 유상 증자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투자 금액은 6291억원이다. 이번 투자로 모셔널의 현대차그룹사 지분율은 기존 85%에서 86.61%로 늘어났다.
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력 제고와 로보택시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자동차 기술기업 ‘앱티브’와 50:50 합작 형태로 설립했다. 설립 당시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금액은 2조80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앱티브 지분 11%를 인수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상 증자 참여로 지분을 확대해 왔다. 이번 투자까지 총 5조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모셔널은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로봇택시 사업에 나서는 등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실증과 고도화를 담당하고 있다.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 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모셔널 합작설립 본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하지만 현대차그룹 지속적인 투자에도 실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모셔널은 출범한 2020년 영업손실 231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2021년 5162억원, 2022년 7517억원원, 2023년 8037억원 2024년 3693억원으로 창립 이후 영업 손실만 기록 중이다. 누적적자 규모도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에도 아직 사업적 성과과 답보 상태인 점이 뼈아프다. 특히 모셔널은 지난해 미국에서 운영하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로봇택시 출시도 지난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하며 상용화 계획도 뒤로 밀렸다.
여기에 모셔널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년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에서도 전체 기업 20곳 중 15위를 기록했다 2023년 5위에서 1년 만에 10위나 떨어진 것이다.
올해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사업이 송창현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사장)을 필두로한 ‘포디투닷’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모셔널의 그룹 내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사업 효율화를 위해 포디투닷에 모셔널을 흡수 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사업은 포티투닷, 현대오토에버, 모셔널 등으로 분산된 형태”라며 “이는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약점이다. 송창현 사장의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는 만큼 조직 일원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모셔널은 내년 로봇택시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사업 재정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위해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과 실증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셔널은 지난 6월 로보틱스 및 AI 분야 전문가인 로라 메이저(Laura Major)를 사장 겸 CEO로 선임했다.
모셔널은 내년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시점에 그동안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로라 메이저가 사장 겸 CEO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로라 메이저 사장은 모셔널 설립부터 CTO로서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 중 하나인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개발한 조직을 이끌었다. 또 머신러닝 중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택을 구축해왔다.
로라 메이저 사장은 모셔널 근무 이전에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개발기관 ‘드레이퍼 연구소’와 드론 전문업체 ‘아리아 인사이트’에서 우주비행사 및 국가안보 분야와 관련된 자율주행과 AI 솔루션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로라 메이저 사장은 “우리는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교통수단에 ‘체화 AI(Embodied AI)’를 도입하고 사회 전반에 큰 유익을 가져오고자 한다”며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을 구축한 깊은 전문성과 최신 AI 기술 혁신을 빠르게 구현해 온 민첩함을 바탕으로, 안전한 자율주행 차량이 일상의 실용적인 일부가 되는 미래를 강력하게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