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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정몽구·정의선 ‘대이은 美진출 성공기'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2 05:00

1986년 엑셀 17만대 판매
지난해 전기차 등 183만대
정주영 도전과 정몽구 품질
정의선, 글로벌 톱티어 도약
美생산·미래차 경쟁력 강화
최신 자율주행차 공개 예정

정주영·정몽구·정의선 ‘대이은 美진출 성공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올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진출 40주년이 되는 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도전 정신’에서 시작한 현대차그룹 미국 진출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혁신’을 거쳐 현재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글로벌 전략’까지 이어지며, 판매량 등 외형적 성과는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글로벌 톱 티어로 올라서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40주년을 맞이한 올해 현대차그룹은 한 단계 퀀텀 점프 기로에 서 있다. 올해도 이어질 미국 관세 영향, 전기차 캐즘, 자율주행·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등 미래차 경쟁이 점차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물론 하이브리드(HEV) 등 전동화 라인업 확대로 판매량과 수익성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미래차 분야에는 약 4년간 260억 달러를 투입해 기술력 제고와 상용화를 가속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 합산 미국 판매량은 183만 6,172대로 전년 대비 7.5% 증가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21년 약 148만 대 이후 5년 연속 역대 최다 판매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는 제네시스를 비롯해 전기차와 HEV를 포함하는 친환경 전동화 라인업 등 브랜드별 고른 성장이 눈에 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9.8% 증가한 8만 2,33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신기록 경신이다. 친환경 전동화 라인업도 지난해 43만 4,725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25.5%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높아진 HEV 판매도 33만 1,023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럭셔리와 전동화 등 글로벌 수준 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한 톱티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진출 초기 ‘싸구려 차, 현대’라는 오명으로 불리던 시절을 떠올리면 약 40년 만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엑셀을 처음 미국에 수출하며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엑셀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독자 생산한 포니 후속 모델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진출은 고(故) 정주영 회장 도전 정신에 기인했다. 그는 국가를 사람 몸에 비유하며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에 흐르는 피”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폐허 속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엑셀은 미국 현지에서 동급 경쟁 차 대비 절반 수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다. 출시 첫해 17만 대, 이듬해에는 26만 대가 팔리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이름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엑셀은 낮은 가격에도 잦은 고장과 품질 문제를 일으켜 돌풍을 지속하지 못했다. 신생 업체였던 현대차그룹은 기술 경쟁력 문제와 현지 서비스 기반 미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그룹 미국 도전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에 다시 불붙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품질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10년·10만 마일 무상보증’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는 3년·3만 6,000마일, 일본 토요타는 5년·6만 마일 보증을 제공한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 정책이었다.

이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현지 소비자 신뢰 회복에 성공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JD 파워 조사에서 1990년대까지 약 30개 브랜드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정몽구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00년대에는 15위 안팎 중위권 브랜드로 도약했다.

정몽구 회장은 2005년 미국 첫 생산기지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이러한 행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으로 현대차를 완전한 글로벌 톱 티어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제네시스를 통한 그룹 이미지 제고는 물론, 이제 대세가 된 SUV와 전동화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올해 미국 진출 40주년을 맞이한 정의선 회장은 다시 한번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집중한 친환경 전동화와 미래차 전략이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우선 올해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관세 영향에 더해, 작년 10월 종료된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전기차 캐즘 등으로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두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이 가능한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0만 대에서 2028년까지 50만 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HEV, 현지 전략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을 바탕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18종 이상 HEV 라인업을 구축하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 대 달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한 현지 투자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그룹 최초 후륜(RWD) 기반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며, 추후 합리적 가격의 엔트리 하이브리드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팰리세이드부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을 시작했으며, 이를 확대 적용해 향상된 주행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엔진 시동 없이도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Stay) 모드’와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 다채로운 전동화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방침이다.

자율주행과 SDV 등 미래차 경쟁력도 주요 관심사다. 미국은 테슬라, 구글 웨이모, 아마존 계열의 Zoox 등 자율주행 경쟁사들이 본사를 둔 최대 격전지다.

현대차그룹도 모셔널 등 자율주행 전문 계열사의 본사를 미국에 두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레벨3 수준 ‘FSD(완전 감독형 자율주행)’ 상용화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순 최신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계열사 모셔널도 미국 현지에서 자율주행 기반 ‘로봇택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모셔널의 첫 상업용 무인 자율주행 차량으로, 올해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에는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으며, 이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레벨 4는 차량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판단해 운전하고, 비상 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미국 시장에 26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며 AI·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유수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 2,000억 원 규모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해 미래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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