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홈’이란, 미국에서 상위 1~2% 이내에 드는 최고급 주택 혹은 부동산을 일컫는 말로, 아파트 등 일반 주거공간에서 보기 드문 주거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에만 국한됐던 집의 개념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목도를 높이고 있는 추세다.
5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부동산 트렌드 2024’ 자료를 보면, 집을 사회적 지위 표현 수단이라고 인식한 수요자는 전체 응답자의 52%에 달했다. 전년 동일 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43%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9%p 급증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전국에서 매매거래된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총 2426건으로, 전년 동기 거래량(916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용산구 소재 ‘한남더힐’의 경우 올 3월 전용 243㎡가 175억원에 손바뀜 됐다. 지난 2021년 2월 동일 타입이 8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불과 4년 여 만에 100억 가까이 뛴 것이다. 아울러,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역시 지난 6월 7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뿐 아니다. 정부가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고강도 대출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도 고가주택은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7월) 부산에서 분양한 ‘르엘 리버파크 센텀’은 롯데건설의 부산 첫 ‘르엘’ 브랜드 단지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1순위 청약 당시 1만개에 가까운 청약통장이 몰렸다. 또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공급된 하이엔드 아파트인 ‘오티에르 포레’ 역시 지난 7월 진행된 청약에서 특별공급을 제외한 40가구 모집에 2만7525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트로피 홈으로도 불리는 하이엔드 주택은 일반 주거공간에서 보기 드문 차별화된 상품성을 갖춘 데다, 그 자체로 희소가치가 높게 평가돼 부동산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의 정책적 이슈나 경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주 수요층인 만큼 일반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 증식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신규 분양을 앞둔 하이엔드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8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일원에서 ‘서면 써밋 더뉴’를 분양할 예정이다. 옛 NC백화점 서면점 부지에 지하 8층~지상 47층, 4개 동 규모로 조성되는 하이엔드 주거 단지로, 전용 84~147㎡ 아파트 919세대와 지하 1층~지상 3층, 29,767㎡ 규모의 상업시설로 이뤄진다. 최고층인 47층에 서면 도심을 전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를 필두로 건식 사우나, 자쿠지 특화설계가 적용된 게스트하우스 등 하이엔드 주거단지에 걸맞은 고품격 커뮤니티 시설이 다수 들어선다.
서울에서는 DL이앤씨가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서 ‘아크로 드 서초’를 이달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9층, 16개 동, 전용 59~170㎡ 총 1161가구 규모(일반분양 56가구)로 조성된다.
대우건설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원에 짓는 ‘써밋 리미티드 남천’의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 청약일정에 돌입했다. 남천동 중심입지로 꼽히는 메가마트 이전부지에 지하 5층~지상 40층 5개 동 규모로 조성되는 하이엔드 주거단지로, 전용 84~243㎡ 총 835세대로 구성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