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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석화 위기’ 와중에 1.3조 PRS(주가수익스왑) ‘역습’을 맞다 [Z-스코어 : 기업가치 바로 보기]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1-03 05:00 최종수정 : 2025-11-06 17:29

PRS 만기 속속 도래 ‘비상’
실적 부진·불황 장기화로
자금조달 입지 갈수록 축소

롯데케미칼, ‘석화 위기’ 와중에 1.3조 PRS(주가수익스왑) ‘역습’을 맞다 [Z-스코어 : 기업가치 바로 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대응, 재무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롯데케미칼, ‘석화 위기’ 와중에 1.3조 PRS(주가수익스왑) ‘역습’을 맞다 [Z-스코어 : 기업가치 바로 보기]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케미칼(대표이사 이영준)은 1년 전 단기 자금 조달로 한숨 돌렸지만, 중국발 공급과잉 속에서 재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며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각각 미국법인(LCLA)과 인도네시아법인(LCI)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총 1조 3,000억 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는 다음 달 LCLA 담보 PRS 만기를 앞두고 기존 메리츠증권과 재계약이 아닌 다른 증권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재무 구조 속에서 자금시장에서 입지도 좁아지는 모습이다.

PRS는 발행사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한 일종의 대출 형태로 활용된다.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대체로 부채비율이 높고 자금 사정이 급한 기업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계약 조건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사모거래 특성상,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종 상환 실패 등 파생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 신용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8월 발간한 스페셜리포트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에서 “PRS 거래의 만기 연장이 어려울 경우, 신규 자금조달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PRS 시장을 찾게 됐다. 과거에는 장기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했으나, 2023년 9월 이후 회사채 발행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전망)은 2021년 AA+(안정적)에서 2025년 AA-(안정적)으로 두 단계 하향됐다.

지난해 말 발생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이슈도 치명적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며 신용도를 보강해,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롯데그룹 위기설’은 과장된 루머로 진정되긴 했지만, 롯데케미칼이 직면한 재무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금융신문이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확인한 롯데케미칼 알트만 Z-스코어는 ▲2021년 2.69 ▲2022년 1.95 ▲2023년 1.52 ▲2024년 1.08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반기 기준 Z-스코어는 0.8로, 부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1.8 이하 수준을 밑돌았다. 지나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는 분명 주시할 필요가 있다.

롯데케미칼 위기는 전략 전환 실패로 평가된다. 회사는 대규모 NCC(나프타분해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 우위를 유지해왔다.

매출 규모를 확대하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도 자연히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이 전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안정적으로 넘겼고, 2018년 석유화학 대호황기에는 영업이익 3조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방정식’은 2021년 엔데믹 이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사는 또 다른 호황을 기대하며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등에 5조 6,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문제는 최대 고객이던 중국이 직접적 경쟁자로 떠오르면서부터였다. 중국이 범용 화학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NCC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이는 Z-스코어 세부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구성 항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총자산 대비 영업이익’은 2022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매출이 2018년 16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20조 원대로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또한 유동성과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운전자본/총자산’ 지표 역시 적자 누적으로 2021년 0.25에서 2024년 0.02로 급감했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이 버티는 원동력은 과거 호황기에 축적한 이익잉여금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10조 4,900억 원으로 아직 양호하지만, 2021년(13조 3,000억 원)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법인, 레조낙 지분, 수처리 사업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보강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극적인 업황 반등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페셜티 화학이나 배터리 소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경쟁사들과 달리, 롯데케미칼 범용 석유화학 매출 비중은 여전히 60%에 달한다.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당 설비는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 25만 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롯데케미칼 연간 생산능력 기준 에틸렌 22%, 프로필렌 15%에 달하는 규모다. 노후화된 국내 설비에 비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와 대산 석유화학 설비 통합을 논의 중이다. NCC 매각을 선호하는 LG화학 등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업계 간 통합을 통한 원가경쟁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급격한 사업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 효율화를 통해 손실을 일부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석유화학 불황이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실적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연 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된 이자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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