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AI 기업에 컴퓨팅 인프라를 집중 지원, 국산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주권형 AI)'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에만 예산 193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기업에는 국가 차원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데이터, 인력 양성 등을 집중 지원한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AI 모델의 성능뿐만 아니라 개방성, 생태계 파급력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적용한다. 단순히 경쟁력 있는 모델 보유에 그치지 않고 개발 이후 해당 모델이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활용될 수 있는지에 따라 사업 실효성이 결정될 예정이다.
카카오와 KT 그리고 NC, 이들 3사는 각자 '카나나', '믿:음', '바르코'로 대표되는 독자 AI 모델을 갖췄다. 하지만 네이버, LG, SKT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AI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다. 그로 인해 이들 기업들은 이번 공모에서 서비스 경쟁력 입증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카카오는 이날 국내 최고 성능 경량 멀티모달 언어모델 ‘카나나-1.5-v-3b’과 혼합 전문가(MoE) 모델 ‘카나나-1.5-15.7b-a3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올해 5월 언어모델 ‘카나나-1.5’ 4종을 공개한 지 두 달 만이다.
카카오 경량 멀티모달 언어모델은 ▲이미지 및 글자 인식 ▲동화 및 시 창작 ▲국내 문화유산 및 관광지 인식 ▲도표 이해 ▲수학 문제풀이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MoE 모델은 고성능 AI 인프라를 저비용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연구 개발자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카카오는 이번 LLM 2종 오픈소스 공개를 통해 AI 모델 생태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더 많은 연구자와 개발자가 효율적이고 강력한 AI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체 기술 기반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모델 스케일업을 통해 글로벌 플래그십 수준의 초거대 모델 개발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는 “이번 오픈소스 공개는 비용 효율성과 성능이라는 유의미한 기술 개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단순한 모델 아키텍처 진보를 넘어 서비스 적용과 기술 자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카카오 언어모델 2종 발표를 계기로 카카오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달 9일 포브스아시아 인터뷰에서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출시 계획을 오는 11월로 구체화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해당 인터뷰에서 "AI에 전력을 다하는 전략이 (회사) 성장의 촉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AI 에이전트는) AI가 무엇인지 사용자가 모르더라도 스스로 일을 처리해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KT는 지난 23일 ‘AI 원팀’을 발표하며 컨소시엄 구성 소식을 전했다. KT 컨소시엄은 각종 정보기술(IT) 기업 외에도 경찰청과 고려대 의료원 등 실제 수요 기관을 포함해 꾸린 것이 특징이다. 솔트룩스·크라우드웍스·매스프레소·투모로 로보틱스와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모빌린트·하이퍼엑셀 등이 참여했다. 해양경찰청, 헌법재판소, 국내 대표 법무 법인(린·세종·율촌) 등도 포함됐다. 위구연 하버드대학교 교수와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는 각각 AI 반도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분야 권위자로서 자문에 참여한다.
KT는 2023년 자체 개발한 AI 모델 믿:음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이어, 이달 3일 믿:음을 고도화한 '믿:음 2.0'도 누구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개방했다. 현재 KT는 210B 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낸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1000명이 넘는 AI 인재를 확보한 상태다.
앞서 KT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2조4000억 원 규모 협력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강조해 왔다. 현재 KT는 기존 MS·오픈AI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도 자체 개발한 AI 모델 개발 고도화를 지속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업계 일각에서 KT의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이 자체 AI 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날 KT 컨소시엄 라인업이 발표되며 믿:음 2.0을 기반으로 한 AI 상용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KT AI 원팀이 대한민국 국가 대표 AI 기술뿐만 아니라 국내 AI 대중화와 생태계 확산까지 선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C AI 벤치마크 결과. / 사진=NC AI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14년간 AI 연구를 이어온 국내 게임업계 AI 선구자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 최초 AI 연구조직 ‘AI 센터’를 신설했으며, 2015년에는 업계 최초로 자연어처리(NLP) 센터를 설립했다. 2023년에는 이 두 조직을 통합해 리서치본부로 재편하고 김택진닫기

NC AI는 2023년 국내 게임사 최초 자체 개발한 LLM 바르코를 필두로 '바르코 비전 2.0' 등 시리즈를 지속 공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NC AI는 바르코를 기반으로 게임을 넘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소버린 AI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독자 AI 모델 바르코를 오픈소스로 모두 공개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현재 NC AI는 ▲오디오 ▲그래픽스 ▲챗봇 ▲기계번역 등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상용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MLB,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보유한 F&F 등 국내 주요 패션기업 10곳이 엔씨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NC AI 관계자는 "30B(매개변수 320억 개) 이상 큰 모델을 초기 작업부터 개발한 경험과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고, AI 성능을 유지할 역량을 가진 기업은 별로 많지 않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제출서류 적합성 검토 ▲서면평가(15→10팀 압축) ▲발표평가(10→5팀 압축) ▲사업비 심의·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 정예팀 최종 선정 및 협약 체결 등을 오는 8월 초 완료할 예정이다. 대표 AI 모델로 선정되면 'K-AI 모델' 이름을 얻게 되고, 개발사는 'K-AI 기업' 등의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
선정 기준은 ▲경연 기반 국민·전문가 평가 ▲국내외 본보기 삼기(벤치마크)와 한국어 성능·안전성 검증체계 기반 검증 평가 ▲파생 인공지능 모형 수 기반 파생 평가 등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