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달 15일 자사주 0.66%(663억원, 44만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조원태닫기

이는 호반그룹 계열사(호반건설, 호반, 호반호텔앤리조트)들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18.46%까지 늘린 이후 결정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진칼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LS는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대상은 LS 자사주(38만7000주)로 대한항공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LS 보통주 지분을 보유하게 돼 의결권이 살아난다. LS 역시 한진칼과 마찬가지로 호반그룹이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는 대상이다.
특히 호반그룹을 중심으로 한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해당 결정을 내린 것은 전형적인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특정주주를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서울경찰청에 조 회장과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사내근로복지지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면서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민위는 LS가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발행한 교환사채 표면이율이 0%로 발행된 점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교환사채를 포함한 메자닌채권은 일반 회사채나 신종자본증권 대비로도 금리가 낮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0%대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만연하고 벤처투자 붐 시기가 맞물린 시기(2020년 이전)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대한항공 주주 입장에서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격이다.
조 회장이 현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는 우호세력을 포함한 일반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실적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사주 출연으로 기업가치 제고보다 경영권 방어에 더 치중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지배구조 불안은 장기적으로 그룹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빠른 의사결정 등이 쉽지 않고 특정주주를 위한 경영이 반복되는 탓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장기화는 미래 현금흐름과 재무전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채권자 입장에서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신용등급 하락 압력을 높이게 된다.
조 회장 우호지분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현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지배구조 불안이 주주나 채권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우호세력 없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없다. 시간은 호반그룹편이라는 얘기다.
한편, 한진칼과 LS의 자사주 활용을 두고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다. 기존에는 이사가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했으나 개정안은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한진칼과 LS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설령 자사주를 활용해도 전체 주주들에게 어떻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명확하게 공표해야 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에 민감한 이유는 여전히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그만큼 자사주 활용을 제외하면 경영권 방어가 취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 외국 자본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특정주주를 위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가 활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