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칼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한진칼 이사진 11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김석동 사외이사(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 불참한 한 사람은 사내이사 조원태 회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 불참 사유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80분동안 진행됐는데, 계열사 자금 대여와 지분 매입 등 굵직한 사안을 다뤘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자사주 출연도 참석 이사 전원이 찬성하며 통과됐다.
한진칼은 오는 8월 중 사내복지기금에 전체 발행주식 중 0.66%에 해당하는 보통주 44만44주를 출연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64억원에 달한다.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올해 처음 설립됐다. 지난 2013년 8월 1일 대한항공에서 인적분할된 후 약 12년 만이다. 이달 2일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세웠다. 설립 검토는 올해 3월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이 직원을 위해 복지 재원을 따로 떼어 마련해두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근로자 주택자금이나 학자금 대출, 의료비 지원 등을 위해 쓰인다.
다만 경제시민단체는 한진칼 자사주 출연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다.
자사주는 회삿돈으로 사들인 주식이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어 주주총회에서 표를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같은 제3자에게 출연하면 의결권이 살아나게 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지배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회사 현금, 즉 모든 주주의 돈으로 매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출연 시점에 비춰 볼 때 주된 목적은 지배주주의 우호지분 확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호반그룹 지분 매입에 대비해 지배권 보호 장치를 마련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호반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주식 0.56%포인트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8.46%로 확대했다. 이는 조 회장 측 지분 19.96%와 1.5%포인트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한진칼이 자사주 출연을 의결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자회사 대한항공은 LS가 채무상환을 위해 발행한 650억원 규모 자사주 38만7365주(1.2%)에 대한 교환사채를 인수했다. 지난 4월에는 LS그룹과 동반 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S그룹 역시 호반그룹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 LS 지분 3% 미만을 매입했다. 자회사 LS전선은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과 특허침해 문제로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한진칼 측은 "사내복지기금 설립에 따른 기본재산 형성을 위한 출연"이라며 "임직원 만족도 향상과 우수인력 유지(Retention)를 위한 복리후생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