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간판보다 실력…숫자로 본 공모채 주관사 ‘실질 성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53115064104537dd55077bc25812315232.jpg&nmt=18)
겉으로 보이는 리그테이블 성적이 아니라 실제로 수요를 얼마나 견인했는지가 기업금융(IB)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대규모 주관사단 구성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단순 주관 건수나 물량 중심의 평가는 대표주관사들의 질적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관사 수가 많아질수록 발행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어느 증권사가 실질적인 수요를 이끌어냈는지는 모호해진다.
실제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다수의 주관 업무를 맡으며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요예측을 주도하고 발행 흥행을 견인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오히려 중형사 중에서도 조용히 ‘고효율’ 성과를 내는 하우스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공모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을 중심으로 실질 경쟁률과 통계적 편차를 분석해 증권사별 ‘진짜 성과’를 살펴봤다.
이는 단순 리그테이블을 넘어 주관 역량의 질적 우열을 가늠해보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해당 증권사가 직접적으로 유치한 수요의 질적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최종 경쟁률이 10대 1로 결정된 경우, B증권사가 200억원을 인수했다면 실질 경쟁률은 2(=10×200/1000)로 계산된다.
이러한 분석 방식은 양적인 주관 성과 외에 질적인 기여도를 함께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공동주관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실질 수요 유입에는 기여하지 않은 사례를 걸러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어 DB금융투자(2.95), 하나증권(2.80), SK증권(2.76), 신한투자증권(2.50) 순으로 Top 5를 형성했다.
이들 증권사는 리그테이블 순위에서는 중상위권에 그칠지 몰라도, 대표주관 업무에 있어 실제로 투자자 수요를 유의미하게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B금융투자와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단일 주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보 효율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리그테이블에서 1·2위를 다투는 NH투자증권(2.40)과 KB증권(2.35)은 각각 7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질 경쟁률 평균(2.09)을 상회하긴 했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하우스로서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증권(2.33), 한국투자증권(2.21), 대신증권(2.13), 키움증권(2.07) 등 대형사들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키움증권은 실질 경쟁률 평균을 하회해, 최근 공격적인 시장 확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보 측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특정 딜에서 대규모 인수 물량을 확보한 덕분에 실질 경쟁률이 높게 나타난 주관사가 정작 대부분의 다른 딜에서는 낮은 실적을 냈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왜곡을 보완하기 위해 각 주관사의 실질 경쟁률 평균과 표준편차를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이 크고 표준편차가 낮을수록 해당 주관사가 시장에서 일관되게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실질 경쟁률 하회한 6개사(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 유진투자증권, 부국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를 제외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증권이었다. 평균 실질 경쟁률은 2.80으로 Top 3 수준이며, 표준편차를 감안한 ‘평균/표준편차’ 수치는 1.56으로 1위였다. 이어 신한투자증권(2.50)은 1.47로 2위에 올랐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모두 최근 몇 년간 DCM 시장에서 입지를 꾸준히 넓혀온 하우스다.
하나증권은 아직 리그테이블 Top 10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매년 발행 규모와 품질을 고루 늘려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미 업계 ‘Top 4’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올해는 Top 3 진입을 노리고 있다.
KB증권 역시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실질 경쟁률은 2.35로 8위, ‘평균/표준편차’는 1.01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같은 메이저 증권사인 NH투자증권(평균/표준편차 1.27)과도 차이가 났다.
SK증권은 DCM 강자 중 하나로 꼽히지만, 통계적 일관성 지표에서는 KB증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일정 수준의 수요 확보 역량은 갖췄으나, 딜에 따라 성과가 들쭉날쭉하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대형사는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질적 지표를 희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소형사는 적은 물량이지만 효율성 높은 수요 유입으로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형사들의 입장에서는 실질 경쟁률이나 일관성(평균/표준편차) 지표가 불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발행 규모가 큰 딜은 기관 수요 분산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수의 주관사단이 필요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 수요 유입 기여도가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형사 중에서도 전략적으로 실질 경쟁력을 높인 곳들은 오히려 더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발행사들이 점점 더 정교한 자금 조달 전략을 선호하고, 투자자들의 심리도 변하면서 단순 순위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신용 리스크 재평가 등으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서, 대표주관사의 실질적 구조 설계 및 가격 책정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리그테이블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발행 성공률’, ‘프라이싱 안정성’, ‘투자자 피드백 대응력’ 등 다층적인 질적 지표가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주관 역량을 세분화하고 내부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공모채 시장이 더욱 고도화되면, 단순 물량 싸움보다는 전략·기획이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