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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제약사 이사진 필수스펙 ‘기술수출’…R&D 수익화 방점 [2025 이사회 톺아보기]

김나영 기자

steami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4-21 00:00 최종수정 : 2025-04-21 00:14

제약사 이사회 새 인사 키워드 ‘기술이전 주역’
종근당 정준호·대웅 우종수·한미약품 김재교

톱 제약사 이사진 필수스펙 ‘기술수출’…R&D 수익화 방점 [2025 이사회 톺아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이사진 선임 기준으로 연구개발(R&D) 성과를 앞세우고 있다. 단순 R&D 역량을 뛰어넘어 기술을 ‘팔아본’ 경력이 이사회 입성 자격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준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준호 이사는 항체 의약품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면역세포공학치료학회와 한국항체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면역치료 및 항체 분야에서 학술적 전문성을 쌓았다.

그의 이력 중 눈에 띄는 건 기술이전이다. 정 이사는 여러 산업체와 손잡고 항체 의약품 분야를 연구, 기술이전을 이뤄낸 바 있다. 지난 2016년엔 항체신약기발 기업 앱클론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 세포 치료제(CAR-T)의 독성을 제거하는 원천기술 등을 기술이전했다. 앱클론은 지난달 해당 플랫폼으로 도출한 후보물질을 사업화하기 위해 튀르키예 벤처 캐피탈사인 ‘TCT헬스테크놀로지’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 이사는 이 외에도 코로나19·퇴행성신경질환 치료제 등 항체를 다수 기업에 이전했다.

정 이사는 종근당의 사내이사이자 신약사업본부장인 이미엽 상무 측근에서 기술이전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엽 상무 역시 지난 2023년 항암분야 신약 후보물질인 ‘CKD-510’를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해당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손꼽히는 ‘빅딜’로, 총 계약 규모가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2억 원)에 이른다.

기술수출 경험자를 이사진으로 모시는 건 종근당뿐만 아니다. 대웅제약 지주사인 대웅은 우종수 더블유사이언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들였다. 우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대표를 지냈다. 1990년 한미약품에 입사 후 33년간 제제 연구개발을 맡은 전문가다. 퇴직 이후엔 바이오텍인 더블유사이언스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그는 1997년 한미약품에 재직하며 체내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마이크로에멀전’ 기술을 개발, 6300만 달러를 받고 산도스(현 노바티스)에 수출한 바 있다. 우리 돈으로 약 853억 원에 이르는 규모로 당시 기준 제약업계 사상 최대 수준의 기술이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대웅 측은 우 이사에 대해 “한미약품 대표이사로서의 경험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경영 효율화에 가치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며, 약물전달시스템 분야에서의 다수의 특허와 기술이전 실적은 혁신적 연구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미약품 이사회도 기술이전 경력자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영입했다. 올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신임 대표로 오른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재교 이사는 유한양행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제약분야 전문가다. 특히 김 이사는 유한양행에서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기술수출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자체 임상을 거쳐, J&J의 자회사인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12억55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수출했다. 김 이사는 유한양행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최근 한미사이언스 내 신설된 이노베이션본부를 직접 이끌며 기술이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이 같은 이사진 영입은 신약 개발 자산을 수익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되면 선급금이 즉시 유입되고 개발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어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R&D 실패 위험을 줄여 신약 파이프라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건 덤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외형 성장과 내실 강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셈이다.

기업가치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가 상승 및 투자 유치, 평판 개선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기술이전이 또 다른 기술수출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수출을 체결한다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사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의미”라며 “무엇보다 제약사가 R&D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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