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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고려아연 인수한다면 중국에 재매각 우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3-31 15:47

바른사회시민회의, ‘MBK 도덕적해이와 사모펀드 책임론’ 전문가 토론회 개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우회적 금산결합”…“금융자본 사모펀드의 산업지배 견제 필요”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MBK가 자산 빼내기로 홈플러스 재무·사업 기반을 훼손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행태를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국으로의 핵심기술 유출 등 부작용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를 저지하도록 당국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MBK 도덕적 해이와 대두되는 사모펀드 책임론’을 주제로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발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사모펀드의 역기능이 심각한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근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과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추진으로 숱한 논란을 야기한 영향과 무관치 않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사모펀드가 이론적으로 내세우는 투자전략과 실제 운영방식이 괴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가치 창출은 도외시한 채 특정 레버리지를 높여 단기 이익을 회수하는 데 골몰하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사법적 규제가 없는 탓에 책임을 회피하며 각종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사모펀드의 교과서적 역할은 휘청거리는 기업을 인수한 뒤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통해 건전한 기업으로 만들어 되파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차입매수로 자금을 조달해 인수하고, 남의 기업 알짜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 뒤 단기간에 빠져나오는 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MBK의 ‘피인수기업 자산 빼내가기’ 실태가 알려졌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S&LB)’ 방식이다. MBK는 홈플러스의 점포와 부지를 매각하면서 당장 현금을 확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속적인 임대료 부담이 발생했고 회사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직전에 거액의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삼일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점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부도 상태를 숨기고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2013년동양그룹 사태를 연상케 하는 금융사기”라고 성토했다.

MBK가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겨냥해 적대적 M&A를 계속 시도하는 상황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김병준 강남대 교수는 MBK를 겨냥해 ‘재력을 이용한 투기적 사냥꾼’으로 지칭하면서 “현재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뛰어든 MBK 6호 펀드에는 중국투자공사(CIC)가 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빠른 투자금 회수를 지향하는 MBK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을 인수하려고 혈안이 된 중국계 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유인이 크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려아연을 “아연과 함께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발전에 필수적 소재를 생산하면서 국가전략산업을 지탱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에 모든 고도의 제련기술을 다 빼앗기고 제3의 중국 본토 기업에 세계시장을 거의 잠식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안보 차원에서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교수 또한 사모펀드를 통한 기술 유출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기술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 기술을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회사 기술을 무단으로 사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새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를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금산분리 원칙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우회적으로 금융권과 산업계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를 들어 “사모펀드가 대기업을 인수하거나 주요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주체로 등장했는데, 이는 일종의 우회적 금산결합 수단”이라고 짚었다. 사모펀드에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모펀드가 의제된 금융자본인 만큼 문어발식 투자를 한다면 자칫 산업부문 위험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조 교수는 “사모펀드는 금융투자업자로서 자산을 운용하며 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기도 하는 일종의 ‘의제된 회사’로 볼 수 있다”며 “의제된 금융자본으로서 사모펀드가 대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 훼손, 구조조정 실패, 부실경영을 야기한다면 산업 지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모펀드 규제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부동산 매각이 과도하게 이뤄지면 주주보호·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며 “S&P, 무디스,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은 기업 인수 후 세일앤리스백을 활용해 부채를 조정한 경우 리스크를 평가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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