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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패착’ 홈플러스, MBK가 불러온 ‘2위의 몰락’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3-05 13:51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 MBK 인수 '독' 됐다
MBK, 투자 대신 부동산 매각·차입금·이자비용 지급
홈플러스 매각 첫 걸음이던 SSM 분리매각도 '중단'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 /사진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 /사진제공=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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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2위의 몰락’이다.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이번 사태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홈플러스를 고가에 사들인 데서 비롯됐다. 신규 투자는 커녕 알짜 부동산을 팔아 차입금을 갚아나간 탓에 홈플러스의 경영난이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30년 가까이 국내 유통업계를 이끌어온 홈플러스지만 이번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소비자와 협력사의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탓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더 좋아졌다. 경쟁사들의 마트 부분 매출이 감소했는데 홈플러스의 매출은 2.6% 가량 늘었고, 온라인도 10%대 정도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티메프 사태 여파로 신용평가사에서 앞서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경영상의 문제가 아님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부회장이 자신있게 말한 것과 달리 실제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의 성적표를 보면 경영상태가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 매출 추이는 들락날락한 데다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오히려 회사 사정이 더 나빠졌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6조7468억 원을 기록했다. 2013~2014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8조9000억 원에 달하던 홈플러스가 인수된 뒤 매출액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2016년 6조6067억 원 ▲2017년 6조6629억 원 ▲2018년 6조4101억 원 ▲2019년 7조3002억 원 ▲2020년 6조9662억 원 ▲2021년 6조4807억 원 ▲2022년 6조6006억 원 ▲2023년 6조9314억 원에 이어 지난해엔 7조462억 원에 머무는 등 매출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영업이익은 해마다 떨어지다가 결국 적자전환했다. 2017년 2384억 원, 2018년 1510억 원, 2019년 1602억 원, 2020년 933억 원으로 줄어들다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1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이 2021년 1335억 원에서 2022년 2602억 원으로 확대됐고, 2023년엔 조금 줄어 1994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부채비율은 2024년 2월 3211.7%까지 치솟았다. 그해 11월 1408.6%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또한 2020년 7351억 원에서 지난해 3214억 원까지 감소하면서 현금흐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매년 약 6000억 원 수준의 리스부채 상환과 이자비용 부담은 꾸준히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MBK파트너스가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품에 안았다.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 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인수자금의 71% 가량을 빚으로 조달한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투자 대신 차입금 변제에 가용자원을 쏟아부었다. 보유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았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썼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약 2조9329억 원이다. 이는 해당기간 영업이익 합계인 4713억 원보다 2조5000억 원 많은 금액으로, 홈플러스 영업이익 모두가 MBK파트너스의 이자비용으로 지급됐다.

MBK파트너스에 넘어간 이후 홈플러스 점포 및 부지 매각, S&LB(세일앤리스백)된 사례가 46개에 달한다. 아울러 매출 순위 전국 상위권 매장인 안산점과 가야점, 둔산점, 탄방점, 대구점, 동대전점 등도 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매각됐고, 이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현장인력은 약 1만여 명이 줄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던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부(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은 중단됐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전체를 매각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꼽힌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일시적 자산 동결로 멈추게 된 것.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 소식에) 약 3000여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와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들의 불안감만 커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27일 ‘A3’에서 ‘A3-’로 내린 지 약 6일 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한기평은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영업 지속 가능성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채무의 적기상환 훼손으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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