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SKC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별로는 2년물이 500억원 모집에 2160억원이, 3년물은 500억원 모집에 2120억원이 몰렸다. 금리 또한 2년물인 -5bp, 3년물이 -1bp에서 결정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SKC 신용등급은 A+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비우량채(A급 이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부정적’ 등급전망이 달려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전년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389억원을 기록하면서 우려는 더욱 가중됐다. 그럼에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원인으로는 사업 리밸런싱이 꼽힌다.
SKC는 SK피유코어와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부문 매각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후 SK넥실리스 등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그룹 주력 계열사들과 사업 연계성을 강화하는 등 재무안정성과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관건은 투자자들이 지속되고 있는 실적 부진과 사업 재편 등 어느 쪽에 더욱 주목하는지 여부였다. 결과적으로는 SKC 사업 재편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세부적을 보면 피흡수합병 법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력 계열사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 또한 지난 7월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1300억원)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모집액 대비 8배가 넘는 수요(1조400억원)을 확인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올해 초 진행한 수요예측(1300억원 모집에 7000억원 수요 확인) 흥행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이다.
SK에코플랜트의 합병안 발표 당시 이 소식에 대해 시장이 반가워한 것은 아니다. 알짜 계열사들을 SK에코플랜트에 이전하면서까지 정상화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는 지주사인 SK에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됐다.
SK그룹 입장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SK스퀘어, SK온 등 신성장 동력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성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했던 것이다.
채권 시장 반응을 보면 SK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남은 숙제는 수익성 확보 및 성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SKC의 경우는 유동성 확보와 지속된 적자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여부가 중요했다”며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을 보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일단은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전에 주관사들이 탭핑을 잘한 것도 흥행을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