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유통군 HQ총괄대표 부회장이 RMN을 적극 추진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지난 8월 롯데홈쇼핑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던진 일성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통사들이 AI에 투자해 광고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미국 같은 경우 300개 유통사가 광고업을 시작했고, 우리도 열심히 광고업을 기획 중”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지 약 한 달 만인 26일 롯데쇼핑의 광고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해당 광고업은 'RMN(Retail Media Network,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으로 김 부회장의 말처럼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광고사업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이전에도 RMN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RMN은 유통업체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창과 배너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채널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구매경험이 있는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고객에게 적재적소에 맞는 광고를 적용해 실구매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RMN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탈출구로 꼽힌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은 이미 2021년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RMN이 주요 사업 분야로 자리잡게 된다.
실제로 아마존과 월마트에서 RMN을 통한 실구매 전환율은 각각 9.47%와 6.53%로 나타났다. 이는 구글(3.75%)과 마이크로소프트(2.94%)를 뛰어넘는 수치다.
롯데유통이 RMN사업 구체화에 나섰다. /사진제공=롯데유통군
이미지 확대보기김 부회장은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고, 이후 DFI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총괄대표를 역임했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이사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이를 위해 월 평균 2500만 명이 방문하는 40여 개 커머스 및 서비스 앱과 전국의 1만5000여 오프라인 매장을 바탕으로 롯데 유통군만의 온·오프라인 RMN 통합 플랫폼을 마련한다.
통합 플랫폼은 롯데 유통군이 가진 다양한 채널에 광고를 손쉽게 집행할 수 있는 원스톱 운영 편의를 제공한다. 기존에 각 계열사별로 별도의 계약을 통해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것과 달리, 단일 계약으로 여러 채널 및 미디어에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고객 행동 분석을 통한 정교한 타깃팅과 도달률 확대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으로 효율적인 비용 집행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롯데는 상품의 노출횟수, 구매건수, 수익률 등의 성과를 분석하고 해당 데이터를 제공해 효율성 검증까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RMN사업에 대해 “RMN은 분명한 메가트렌드이며 유통사가 가진 데이터를 수익화하는 툴로서 의의가 있다”며 “공식화하지 않은 유통사들도 물밑에서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