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왼쪽),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전무(오른쪽)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열린 2024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새로운 조직 ‘ASB(All Solid Battery·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중대형전지사업부 내 직속 조직으로 설치했다.
ASB 사업화 추진팀장은 중대형전지사업부 마케팅팀장을 맡던 고주영 부사장에게 맡겼다. 고 부사장은 1977년생(46세) 여성 엔지니어다. 1960년생이 주축인 회사 부사장단 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는 불과 1년 전 2023년 인사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SDI 최초로 40대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남초 회사'인 조직 내 다양성을 심기 위해 파격적으로 기용한 인사에게 다시 한 번 중책을 맡긴 셈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으면서도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6위에 머물러 있는 삼성SDI에 단숨에 배터리 업계 기술 주도권을 가져다 주는 '비장의 무기'로 꼽힌다. 이 회사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비슷한 시기 상용화에 도전하는 일본 도요타와 함께 가장 빠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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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사업부 수장을 7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소형전지사업부장 오유성 전무(72년생), ESS사업부장 김형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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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CTO(최고기술책임자) 김제영 전무, CPO(최고구매책임자) 손창완 전무(70년생) 등 대부분 핵심 임원을 젊은 피로 수혈했다. C레벨급 임원 가운데 1960년대생은 CFO(최고재무책임자) 이창실 부사장(64년생)과 CQO(최고품질책임자) 김수령 부사장(62년생)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 지속성장을 위해 선제적 미래준비 관점의 조직영량 강화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회사가 밝혔듯 배터리 업계는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제혜택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881억원으로 실질적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 악화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이 급격하게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세대교체성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업황 둔화 이후에 벌어질 기술 경쟁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강하다.
특히 중국 배터리 급성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BYD는 작년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시장 판매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배터리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CATL은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는 중국 배터리 업계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제품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CATL은 테슬라에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공급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도 CATL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출시한 경형 전기차 레이EV에 CATL이 만든 LFP 배터리를 넣었다. 현대 코나, 니로에는 CATL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가격·공급 안정성을 가진 중국과 경쟁을 위해서는 또 다른 기술 혁신이 필수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