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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또 부진” LG화학 신학철 마지막 동아줄 ‘바이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1-22 00:00

석화 장기불황 양극재 쇼크에 위기감↑
비만치료제 등 신약 판권 잇달아 매각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LG화학이 지난 2018년 첫 외부 출신 CEO(최고경영자)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을 영입한 이유는 명확했다. 석유화학 중심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신 부회장은 첨단소재부문을 배터리 양극재 중심으로 정리했다. 다만 최근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꺾이고 있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 키우고 있는 바이오·제약 사업도 발 빠르게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4분기 LG화학 영업이익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자체 사업부문은 적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까지 LG화학 4분기 영업이익 컨세서스(전망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달 중순 LG화학 기업분석 리포트를 발간한 10개 국내 증권사는 2000억~3000억원으로 수정했다. 불과 1~2달 사이 기대치가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9일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이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AMPC(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를 제외한 실질적 영업이익은 881억원이다. 유럽 전기차 수요 감소와 배터리 판매 가격 하락 영향이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배터리 양극재·분리막 등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LG화학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첨단소재부문 안에 있는 양극재 사업부는 400억~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판가와 물량은 전분기 대비 12%, 17%씩 하락했다"고 예상했다. 그나마 전체 첨단소재 부문은 석유화학 기반의 다양한 고부가가치 소재를 보유한 덕에 영업이익 500억원 수준으로 적자는 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소재(석유화학)부문은 600억~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 3개 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2020년 이후 장기 불황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최대 판매처인 중국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자급률을 끌어올린 여파다.

다만 LG화학은 함께 불황을 겪고 있는 다른 석유화학 경쟁기업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비교적 일찍 사업구조 다변화에 착수한 덕이다.

특히 신학철 부회장 취임 이후 신약 사업에서 대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회사는 2030년경 혁신신약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1960년대 바이오·제약 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은 오랜 역사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신 부회장이 취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항암 치료제다. LG화학은 작년 1월 미국 항암제 제약사 아베오를 7000억원에 사들였다. 비싼 가격에 샀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LG화학이 가진 약점을 메우는 딜이기도 했다. 그간 LG화학 신약 판매는 국내 시장에 국한됐다. 2012년 출시한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의 저조한 수익성에 대해 "뛰어난 연구개발 성과에 비해 글로벌 영업 전략이 부족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비주력 사업은 정리 수순이다. 작년 6월 LG화학은 진단용 의료기기 사업부(진단사업부)를 사모펀드 글랜우드PE에 1500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어 에스테틱(미용필러) 사업부도 정리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5일에는 희귀비만증 치료제 후보물질 'LB54640' 개발·판매권을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넘겼다. LG화학은 이에 대한 계약금 4000억원을 단계적으로 받기로 했다.

이 같은 신약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많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임상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할 자금을 당장 얻는 장점이 있다.

다만 LG화학은 그간 직접 판매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석유화학 불황과 맞물려 최대한 자금 확보를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신 부회장은 "모든 걸 상업화할 수 없다"며 "항암 치료제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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