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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주가 하방 압력” vs 전문가 “근거 없다”…공매도 제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전한신

pocha@

기사입력 : 2023-09-26 19:36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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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2023.09.26)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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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 청산해 차익을 얻는 공매도 제도가 주가 하방 압력을 작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경협·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주최했다.

김 의원은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특히 벤처기업이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좋은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고금리 대출과 정책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장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정성을 전제로 한 경쟁시장에서 현재 우리의 공매도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승패가 결정된 운동장’이라 불린다”면서 “개인투자자는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원천적으로 불리한데,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자본시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강 의원은 공매도 제도가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범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조치 받은 불법 공매도가 역대 최고인 만큼 관련한 불법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공매도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는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공매도 상환기간, 담보 비율에 대한 비대칭 규제부터 공매도 거래 전산화와 이를 통한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까지 공매도 거래에 대한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치를 전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와 기관의 자금력·정보력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불균형을 해소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무위 전체 회의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과 한국 금융 경쟁력 확대 방안’을 주제로 첫 주제발표에 나서 불법·무차입 공매도의 근절을 강조했다. 공매도 세력이 악성 루머를 퍼뜨려 주가 하락세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기관·개인 투자자의 손절매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또 현재 국내 상장 기업 수는 3600개에 달하지만, 개인의 공매도는 일부종목만 허용한 점을 지적하며 공매도 제도의 ‘기울어진 운동장’만큼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공매도 제도는 참여율은 외국인이 80%로 압도적인 반면 개인은 1~2%에 불과하다”면서 “공매도는 외국인 텃밭”이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 주제발표는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가 ‘공매도 제도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맡았다. 왕 교수는 공매도의 제도적 이슈로 불법 공매도를 꼽았다. 그는 “불법·무차입공매도는 빌리지 않고 주식을 파는 게 가장 문제”라면서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사후적 처벌도 강화해야 하지만, 사전적으로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존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제약이 많았지만, 최근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추고 상환기간도 신청만 하면 무제한으로 연장되는 등 제약이 많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수익성을 살펴본 결과 시간당 0.337%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일별 수익률은 약 2.022%로 나타났다. 또한 기관과 외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를 통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는 변동성을 안정화한다는 연구와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통해 가격발견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공매도 제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왕 교수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는 ‘공매도 때문에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고평가됐거나 가치가 하락함에 따른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돼 있으며 공매도 금지 기간에 우리나라는 공매도를 허용한 미국·일본과 함께 주가가 상승했다”면서 “주가와 공매도는 어떠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공매도 제도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도 주식시장 공매도가 논쟁 대상인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공매도 규제 여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이나 경제 성장률 또는 조금 더 미시적으로 기업의 고용이나 생산이 현격하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공매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빈 교수는 “지금까지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공매도를 했다거나 어떤 불순한 세력이 공매도를 이용해 주가를 하방 조작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 걸로 실제 사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도 없다”면서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이른바 ‘뇌피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 기관에 비해 차별받는 것도 불공정한 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면서 “은행이 대기업, 중소기업, 소득이 좋은 개인, 소득이 약한 개인에 대출 금리가 제각각인데, 그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는 태생적으로 주가 하락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주가가 16년째 박스피에 머물러 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2021년 전상경 한양대 교수팀의 논문에서 공매도 주체 수익액이 개인의 신용투자 대비 39배나 많았던 점을 언급하며 “공매도 주체의 지난 10년간 수익 조사해야 한다”면서 “시장조성자 공매도는 불법의 온상”이라고 전했다.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금지가 아닌 선진화를 촉구한다”면서 ▲공매도 관리 전산화 ▲동일한 의무 상환기간 ▲동일한 담보 비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거래소는 공매도 관리를 수기로 하고 있는데, 이는 각종 불법 공매도를 양성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어 전산화가 필요하다”면서 “공매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금융당국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났다는 사실이며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제정과 제도 보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의 행보도 지적했다. 박 작가는 “이 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이차전지 과열을 지적했는데, 그는 개별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면서 “이차전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는 승인한 점도 편파적”이라고 밝혔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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