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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김의 두 번째 한국시장 도전기

홍지인 기자

helena@

기사입력 : 2023-06-05 00:00

자신만만했던 패션업계 강자
삼성전자 시절 존재감은 없어
신세계인터에선 ‘성공’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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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

▲ 윌리엄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이번이 한국 시장에서 두 번째 도전이다. 구찌, 버버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파산 직전 영국 로컬 패션 브랜드를 살려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어쩐지 한국에서 존재감은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올초 혜성처럼 등장한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 업계 시선이 모아진다.

삼성전자에서 고개를 떨구다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1972년생으로 미국 콜로라도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 CFO(부사장),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에서 리테일·디지털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글로벌 패션 전문가다.

그는 특히 망할 뻔한 브랜드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세상에 ‘윌리엄 김’이란 이름을 각인시켰다. 구찌, 버버리 등을 거치며 글로벌 패션업계 거물로 등장한 그는 유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다 선택한 곳이 영국 로컬 패션브랜드 올세인츠였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적자 투성이 패선 기업이었다.

김 대표는 올세인츠를 ‘디지털 패션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패션 기업이 아닌 IT기업과의 제휴을 강화하며 파격 행보를 보였다. 올세인츠를 1년 만에 흑자전환시키고 5년 만에 연 매출 2억 5250만 파운드(약 39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 성공 스토리가 KBS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는 등 패션 전문가를 넘어 뛰어난 사업가로서 화제가 됐다.

올세인츠를 통해 실력을 입증한 그는 또 한 차례 퀀텀 점프를 시도했다. 201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전례 없는 전쟁에 나서게 됐다. 패션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IT 기기를 갖고 싸워야 했다. 윌리엄 김은 이듬해 2020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20으로 뭔가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과 달리 갤럭시S20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그를 응원하던 승리의 여신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렸다.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도 그렇고, 기술적으로도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이런 위기를 마케팅적으로 돌파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지 단 2년만에 짐을 싸고 나왔다.

발등에 떨어진 불 꺼야하는 신세
윌리엄 김은 글로벌 사이클 패션 브랜드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올초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런데 애매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회사다.

1996년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패션 사업을 전개했다. 아르마니, 크롬하츠 등 오래된 수입·유통 경력만큼이나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화려하다.

수입 브랜드 역시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명성에 기대는 측면이 강하다. 윌리엄 김 대표 취향은 아니다.

문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메인 비즈니스인 패션 수입 부문에서 최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계약을 이어온 셀린느와 계약이 지난해 종료됐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자 셀린느를 운영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한국 직접 진출을 결정한 것이다. 디젤도 신세계인터내셔널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디젤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패션그룹 온리 더 브레이브(OTB)가 올해 OTB코리아라는 한국 법인을 출범하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OTB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유통하고 있는 메종 메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 브랜드들도 순차적으로 계약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끌로에와의 계약도 이달 말 종료된다. 끌로에 브랜드를 운영하는 리치몬드코리아가 직접 국내 사업을 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김 대표로서는 신경 쓰이는 사안이다. 취임 초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손절하는 이런 브랜드들은 이른바 ‘신(新)명품’으로 불리며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해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매출에서 해외 브랜드가 자치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아니나 다를까. 해외 브랜드가 축소되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1분기에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 3122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4%, 68.8% 감소했다. 2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이탈 브랜드로 인한 매출액 감소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내키지 않겠지만 김 대표는 당장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일단 올해 최소 4개 이상 수입 패션 브랜드를 신규 확보해 해외 패션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작은 블랙핑크 제니가 입어 국내에 인지도를 높인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꾸레쥬와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꾸레쥬가 국내에 정식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꾸레쥬에 이어 국내에 ‘아이돌 원피스’로 유명한 리포메이션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유통을 맡게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신세계 강남점에 리포메이션 아시아 첫 매장을 선보였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빈티지 숍에서 시작된 리포메이션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레드벨벳 조이, 블랙핑크 지수 등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착용한 의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일명 ‘아이돌 원피스’, ‘원피스 맛집’ 등으로 불리고 있다.

토종 빅5로 자존심 회복 나선다
하지만 김 대표가 보다 역점을 기울일 분야는 역시 자체 브랜드 쪽일 것이다. 무엇보다 토종 5개 브랜드가 그의 관심을 끈다. 톰보이, 보브, 지컷 등 여성 캐주얼 빅3에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 델라라나와 일라일 등이 그 브랜드들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이렇게 여성복 빅5 구도를 만들어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 3000억원 수준이던 여성복사업 매출을 향후 5년 내 5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빅5 가운데 우선 델라라나는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다. 럭셔리한 분위기와 스타일링이 강점인 델라라나 소재를 고급화하고 액세서리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프리미엄 여성복 시장 내 독보적 차별성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델라라나는 이번 시즌 캐시미어, 실크, 울 등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전년보다 40% 이상 확대했으며 구두와 가방을 새롭게 출시하며 토털 패션 브랜드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일라일은 니트 맛집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고급 니트웨어를 전략 제품으로 삼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델라라나와 일라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하며 향후 10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여성 캐주얼 시장에서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스튜디오 톰보이는 5년 안에 연 매출을 2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남성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남성 단독 매장을 선보이며 유통 채널 확대에 주력한다.

현재 1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보브는 5년 내 1500억원대까지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지컷은 매출 1000억대 메가 브랜드로 추가 육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여성복에서 2000억대 브랜드 1개(스튜디오 톰보이)와 1000억대 브랜드 2개(보브, 지컷)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톰보이와 보브를 1000억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델라라나와 일라일을 국내 대표 프리미엄 여성복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면서 “해외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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