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미국과 스위스에서 일어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대한 국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여야가 현행 5000만원인 예보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보한도 상향은 단순히 한도를 인상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예보료율 조정과 연계되다 보니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예보료율을 유지하고 있는 저축은행에겐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예보료율 상한은 ▲은행 0.08% ▲증권사 0.15% ▲보험사 0.15% ▲상호금융 0.2% ▲저축은행 0.4%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은행의 5배, 보험·금융투자의 2.7배, 상호금융의 2배 수준이다.
저축은행 예금보험료는 '수신예금×0.4%+특별기여금 0.1%'다. 따라서 저축은행은 예보료율 0.5%를 적용받는다. 이에 매년 수신고 중 1000분의 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예보한도 상향으로 예보료율이 올라가면 이는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보료율은 수신조달금리에 포함돼 계산되는데 이는 대출금리 산정 시 대출원가항목에 해당한다. 예보료율이 올라가면 대출조달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원가 상승 시 대출금리가 20%에 근접할 경우 저축은행은 대상을 축소하거나 취급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고객에게 주는 이자의 원천이 대출 이자수익인데, 사업 원가가 올라갈때 저축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대출이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예금보험료율의 적정수준·요율한도 관련 검토 경과 보고'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저축은행은 늘어난 고객에게 예금 이자를 주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위험 자산으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커진다.
이는 12년 전 저축은행 부실화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부실화 사태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부실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 정지 된 사건이다.
2010년 당시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취급했던 부동산 PF 대출이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실화되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1년 뒤 저축은행 31곳이 파산하면서 10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저축은행에 돈을 맡겨도 되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다"며 "일부러 돈을 써가며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예보한도가 상향되면 자연스럽게 이미지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들어와 충성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사의 입장은 다르다. 중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료율이 인상되면 사업비가 증가하는 것인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현재까지 방향성을 특정하기보다 예보한도 상향 찬반 논리를 정리해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저축은행이 부담한다 등의 사안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설령 예보한도가 상향 된다해도 가계 취약차주 및 소상공인 맞춤형 서민금융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최적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