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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미래·삼성 2강 체제 깨는 데 역점”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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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21 00:00 최종수정 : 2022-11-21 22:07

“은행·보험 계열사 없는 한투, 실력으로 승부”
“장기·분산·저비용 3가지가 투자 기본 원칙”

△ 1980. 서울 보성고 졸업 / 1985.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87.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취득 / 1989. 한국종합금융 증권 신탁부 입사 / 1995. SK증권(대표 김신) 국제영업부 자산운용팀장 / 2000. 삼성투자신탁운용 코스닥(KOSDAQ) 팀장 / 2002. 삼성투자신탁운용 인덱스운용본부 부장 / 2007. 삼성투자신탁운용 ETF 운용팀장 / 2008. 삼성투자신탁운용 ETF 운용본부 상무 / 2013. 삼성자산운용 패시브 총괄 전무 / 2017. 삼성자산운용 채권·패시브·해외투자·자산 배분 운용총괄 부사장 / 2022.02. ~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내에서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굴까?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ETF 아버지’ ‘ETF 선구자’ 등으로 불리는 그는 최근 업계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거듭나고 있다.

그가 요즘 달고 사는 말은 “모든 걸 바꿔야 한다”다. 나쁘게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동안 사용하던 브랜드 명칭 ‘킨덱스’(KINDEX)를 ‘에이스’(ACe)를 바꿨다. 올해 신설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주축으로 리브랜딩(Rebranding)을 단행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그의 옷 스타일도 달라졌다. 평소 정장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알 없는 검은 뿔테안경에 베이지색 로퍼, 푸른색 계통 상의에 흰색 바지로 멋을 냈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과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의 독주체제에 금을 내려 한다. 고객을 연금 부자로 만들겠단 목표로 정면 승부할 계획이다. 특히 자산 배분 솔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 상품을 통해 갈수록 커지는 연금시장을 선점하겠단 각오다.

“나쁘게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보다 낫다”

“변화가 전부입니다.”

배재규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에서 열린 <한국금융신문>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나쁘게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경영 철학과 향후 전략 등을 밝혔다.

그가 최근 가장 바꾸고자 공들이는 부분은 ‘ETF 시장 점유율’이다. 현재 4.13%로, 자산운용업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재규 대표는 ETF 시장 점유율을 5년 안에 25%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지난 2020년 삼성자산운용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하고,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하는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를 출시하는 등 화려한 경력이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직을 맡은 뒤 ETF 관련 조직도 대폭 개편했다.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고, 수장엔 홍콩계 ET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Premia Partners)의 김찬영 전 이사를 앉혔다.

그리고 지난 9월 김찬영 본부장 진두지휘 아래 가장 뛰어나고 믿음직한 선수에게 붙이는 칭호 ‘에이스’(ACe)로 ETF 브랜드명을 교체했다. 이름답게 ‘고객 전문가’(A Client Expert) ‘고객 경험 향상’(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이란 의미를 담았다. 투자자에게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동시에 더 빠르고 향상된 투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이러한 변화에 관해 그는 “지금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변하지 않으면 뭘 내세울 수 있겠냐”며 “주력 채널로 큰 은행이나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 실력에 기반한 ‘처절한 변화’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대표가 회사의 비전(Vision·목표)을 잘 제시하고 직원 개개인이 각자 변화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그 변화가 시장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변화’를 강조하는 배 대표지만, 정작 ETF 시장의 성장엔 본인도 놀랐다고 했다. 그는 “ETF를 국내에 처음 도입할 당시엔 시장 규모가 펀드보다 커질 수 있다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전혀 몰랐다”며 “현재 미국 ETF가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30년쯤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ETF가 시가총액 11% 정도인데, 국내 ETF 시장이 미국을 따라가고 있기에 앞으로 3~4배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 세계 공모 펀드의 ETF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디멘셔널 어드바이저 펀드(Dimensional Fund Advisors·데이비드 G. 부스), 기네스 앳킨슨 자산운용(Guinness Atkinson Funds·대표 짐 앳킨슨) 등 중소형 운용사들은 공모 펀드를 ETF로 전환했다. 씨티그룹(Citigroup Inc.‧대표 제인 프레이저)은 21조달러(2경8308조원)인 미국 공모 펀드 시장이 10년 내 대부분 ETF로 전환할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지난 9월 말 공모 펀드 대비 ETF 자산 비중이 27.5%로, 10년 전 7.9%보다 20%포인트(p)가량 늘었다.

배재규 대표는 “이러한 ETF 시장 성장은 그만큼 ETF 장점이 많아서 그렇다”며 “전통 주식과 채권 펀드가 ETF로 대체되는 등 앞으로는 자산 배분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향후 ETF를 활용한 자산 배분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객 신뢰’”

‘변화’만 수십 번 언급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고객 신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계적인 신뢰 전문가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사이드 경영대 학원 초빙교수인 레이첼 보츠먼(Rachel Botsman)의 <신뢰 이동>, 노스이스턴 대학 심리학 교수로서 사회심리학 거장인 데이비드 데스테노(David DeSteno, phD)의 <신뢰의 법칙> 등을 신뢰와 관련한 서적을 수시로 본다는 그는 마치 시대의 철학가처럼 ‘신뢰’에 관한 생각을 나열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이 회사 다니는 이유를 ‘돈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지만, 최고경영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며 “제가 일하는 이유는 제 일과 관련한 고객이 돈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우리’ 또는 ‘너와 나’가 아니라 상대방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이 없는데,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면 시간에도 복리 효과가 있기에 소위 ‘대박’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신뢰는 ‘기대에 대한 확실성’이다. 기대에 대한 믿음이 계속 맞아떨어지면 상대방과의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신뢰를 쌓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 기대를 낮추는 것”이라며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고객에게 시장을 예측하는 발언을 던지거나 자산을 쌓기 위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업에만 집중하는 건 상대방 기대치만 높여 오래가지 못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서 그는 “오랜 기간 고객과 신뢰를 쌓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제가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를 맡는 동안에 회사가 업계 1위를 못할 수 있어도 체계적인 사업 모델로 꾸준히 신뢰를 얻어 나간다면 언젠가 먼 훗날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1위 운용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배재규 대표는 운용사가 해야 할 일이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고객 투자 자산을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게끔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자산 배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펀드든 ETF든 단품이 아니고 자산 배분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는 예측 투자로 돈 버는 운 좋은 몇몇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가장 평균적인 일반투자자가 상식적으로 부를 축적할 방법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투자 기본 원칙은 ▲장기 투자 ▲분산 투자 ▲저 비용 투자 3가지다. 기술적으론 적립식 투자도 포함해 4가지로 볼 수도 있다. 그는 “순간순간 벌어지는 시장 이벤트(Event·사건)에 연연해선 안 된다”며 “월급의 30%를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한 와인바에서 선보인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 상품에는 그의 경영철학이 잘 담겨 있다. 한국인의 연금 장기 투자에 최적화된 ‘한국투자 TDF 알아서 ETF 포커스 펀드’는 자산 배분 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낮게 운용한다. 오래 숙성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와인과 닮았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라 할 수 있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자산 배분 곡선)도 자체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는 소득과 기대수명 등 다양한 인구 통계 데이터와 장기자본시장 가정(LTCMA∙Long Term Capital Market Assumption)을 기반으로 한국인 생애 주기별 인적 자본을 정밀히 계산해 한국인 생애 주기에 최적화했다. 미국 성장주와 한국 채권을 조합한 자산 배분 방식과 환 노출 등의 전략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장기 수익을 추구한다.

배재규 대표의 인재 영입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뢰’가 녹여져 있다. 오랫동안 배 대표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이들을 데려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장기간 얻었던 이들을 영입한다는 게 특징이다.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 다음으로 외부에서 데려온 박희운 전 KB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이 하나의 사례다.

그에게 외부 위탁 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직속 조직 ‘솔루션본부’의 수장이란 중책을 맡겼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할 당시 펀드 매니저들에게 모델 포트폴리오(MP·Model Portfolio)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 펼쳤던 노력을 봤기 때문이다. MP 시스템은 리서치센터가 최적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구성한 가상의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를 펀드 매니저가 일정 부분 반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최근 연금 투자 중요성과 올바른 투자법을 알리고자 시작한 ‘연금 부자 한국 투자’ 캠페인 현장에서도 그는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판매사 담당자 약 11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배재규 대표는 “회사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고객이 돈을 벌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연금 투자 교육 등 고객 가치 지향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위대한 회사’(Great Comany)가 되겠다”고 선포했다.

과연 배재규 대표의 ‘혁신’과 ‘신뢰’ 두 축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업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1974년 국내 최초 설립된 자산운용사 ‘한국신탁운용’에 부는 변화의 봄바람이 오랫동안 얼어있던 삼성·미래 중심의 2강 독주체제도 깰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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