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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태원 참사’로 부각된 CPR, 선택 아닌 필수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1-07 00:00

▲ 주현태 기자

▲ 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멍하니 어린 딸아이만 바라볼 뿐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에게, 이번 사고는 참혹한 슬픔과 지옥에 서 있는 것 같은 고통일 것이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피해가 컸던 이유에 대해 ‘현장의 환경’을 한 가지 원인으로 꼽았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폐소생술은 매우 중요하다. 심장이 멎은 직후부터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면 사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소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급박한 사고 상황을 대비한 심폐소생술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혈액 공급 중단으로 발생하는 영구적 뇌손상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응급처치 방법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골든 타임(golden time)’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골든 타임은 방송·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요즘에는 ‘응급 상황 시 생존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으로 통한다.

이태원 사고는 심정지 상태의 환자들을 신속히 치료하는 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현장의 환경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방차 100여대, 2000여명의 현장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만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도로 바닥에 희생자들을 놓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일부 시민들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협조가 추가 사망자를 막는데 일조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심정지의 특성상 60~80%는 가정, 직장, 길거리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처음 목격하는 사람은 가족, 동료, 행인 등 주로 일반인일 확률이 높다.

즉 이태원 사고처럼 심정지 환자에게 구세주는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직장동료 또는 행인이라는 얘기다.

심폐소생술은 1분당 100~200회 이상의 속도로 흉부를 압박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방법을 알고 있다면 처치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세종시(지난 8월22일 갱신)가 13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방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심폐소생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주민은 16.1%에 그쳤다.

반면 응급조치를 할 줄 모른다는 사람도 57.5%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남자는 54.7%, 여자는 30.6%가 시행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절반 이상의 국민이 심폐소생술에 대해 알고 있는 데에는 병무청에서 필수적으로 군인들에게 가르치는 응급처치와 소방청 및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 덕분일 것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법령은 유치원·초중고에서 연평균 44시간 이상의 안전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전 교육이 강의 형태로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식을 잃은 이태원 사고 부모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고를 기억하며 ‘대처’가 아닌 ‘대비’를 해야 한다.

심정지가 온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부모·자녀다. 불행을 그저 모른 척, 방관하는 사회는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을 체득(體得)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는 골든 타임의 순간만큼은 누구나 ‘구급대원’이 되길 바란다. 국민 모두가 주변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시민영웅이 될 수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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