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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파동·분양연기 풍파, 시련의 건설업계 [상반기 건설부동산 결산- 건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2-07-12 06:00

반기 실적 선방 전망에도…매출대비 영업이익 떨어지며 하반기 먹구름
도시정비 수주 경쟁은 여전히 ‘활활’…주택 대신 신사업 집중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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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파동·분양연기 풍파, 시련의 건설업계 [상반기 건설부동산 결산- 건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건설업계의 2022년 상반기는 예기치 못한 악재에 뒤덮인 ‘고난의 행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숨통이 트이나 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발한 전쟁으로 원자재값과 유류비 등이 급격하게 치솟으며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철근·콘크리트업계와 화물연대 등이 파업을 단행하면서 공사현장의 위기는 가중됐다.

분양도 시원치 않았다. 둔촌주공재건축·이문1구역·이문3구역 등 굵직한 ‘대어급’ 단지들의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지면서, 전년도보다 많을 것으로 기대됐던 올해 분양 물량은 오히려 전년대비 1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의 도시정비 수주 경쟁은 여전히 뜨겁게 이어졌다. 현대건설이 상반기에만 7조원, GS건설과 롯데건설 등이 3조원에 달하는 수주고를 올리며 시장의 열기를 이끈 것. 그 결과 증권가는 상반기 기준 건설사들의 매출은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있었던 주요 건설사 이슈들을 이슈별로 정리해봤다.

▲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 공사현장. 사진 = 한국금융신문

▲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 공사현장. 사진 = 한국금융신문



◇ 대어급 단지 분양 연기되며 분양물량 감소…금리인상·경제위기에 청약 경쟁률도 시들

부동산R114가 지난해 말 추산한 올해 상반기 민간 분양예정 물량은 총 21만2019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상반기까지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약 15만1511가구 규모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나마 사전청약 물량을 제외하면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5만여가구로 이보다 훨씬 못 미친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 분양물량은 상반기 3575가구에 그쳤다. 이른바 상반기 분양 예정인 ‘대어급’ 단지로 분류되던 둔촌주공·이문1·이문3 등의 단지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모두 분양을 하반기나 내년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10대 건설사 주요 분양단지 / 자료=더피알커뮤니케이션

상반기 10대 건설사 주요 분양단지 / 자료=더피알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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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분위기 자체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 영향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결과 시중유동성이 풍부했고, 이로 인해 집값 천정부지로 오르며 청약 시장이 과열되는 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빅 스텝과 더불어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감도는 모습이다.

상반기 대어급 단지로 분류됐던 GS건설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한화건설의 ‘한화 포레나 미아’ 등 서울 단지들도 청약시장에서 예상보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미분양 신세를 면치 못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는 등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가 나타났다. 일부 인기지역에 분양한 단지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나타낸 곳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 건설사들이 PF대출로 빌린 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어 영업이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둔촌주공재건축과 같이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진행되는 공사의 경우 더욱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요 상장 건설사 1분기 영업이익 변동 추이 / 자료=각 사, 금융 전자공시시스템 DART

주요 상장 건설사 1분기 영업이익 변동 추이 / 자료=각 사, 금융 전자공시시스템 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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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급등한 원자재값, 건설사 1분기 실적 직격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건설 공사의 필수 원자재인 시멘트의 원료인 유연탄 등의 가격은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해 2배 이상 뛰었다.

KOMIS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2021년 3월에는 톤당 72.48달러 였으나, 1년 뒤인 2022년 3월에는 톤당 256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필수 자재인 철근 가격 또한 지난해 톤당 71만원대에서 올해 5월 통당 119만원으로 집계됐다.

원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브렌트유는 배럴당 69.36달러에 거래됐으나, 1년 뒤인 올해 3월에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장거리 운행이 대다수인 화물차 기사들이 지난 6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다행히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국토부의 중재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철콘업계는 하도급대금 증액 여부를 두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원자재 파동 여파로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대비 하락했다.

현대건설은 1분기 기준 영업이익 1715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2009억원에서 14.9%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같은 기간 GS건설 역시 1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1766억원보다 13%가량 떨어진 실적을 거뒀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294억원에서 올해 1분기 2213억원으로 하락폭은 적었지만 역시 하락했고, DL이앤씨는 지난해 1997억원에서 올해 1257억원까지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며 –37.05%로 큰 낙폭을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지난해 1184억원에서 올해 680억원까지 영업이익이 크게 줄며 가장 큰 –42.5%의 낙폭을 보였다.

물론 건설사 저마다의 사정도 있었다. 현대건설은 대형 현장 매출이 하반기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GS건설 역시 선착공물량에 대한 원가율 산정 지연이 일시적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DL이앤씨의 경우는 2분기 이후 신규수주 반등을 꾀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해외 현장매출 비중 확대를 통해 토목/플랜트 분야 매출 턴어라운드를 노린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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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행 알린 중대재해법, HDC현산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건설업계 경각심↑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에 주요 건설사 CEO들의 신년 메시지도 하나같이 ‘안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가 무색하게,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건설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시공사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닫기정몽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사퇴를 비롯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안전 분야에서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했다.

지난 2월 선임된 정익희 HDC현산 CSO는 취임 직후 안전 재무장 결의대회를 개최해 안전관리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매주 5개 이상의 현장을 찾아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익훈 신임 대표도 선임 직후 첫 행보로 CSO를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현장안전점검에 나선 바 있다.

다른 건설사들도 안전관리 조직 재편, CEO 직속 최고안전책임자 선임, 협력사 대상 안전관리 교육 강화 등의 노력을 이어갔다.

원자재값 파동·분양연기 풍파, 시련의 건설업계 [상반기 건설부동산 결산- 건설]


◇ 위기 중에도 도시정비 수주전은 여전히 활활, ‘마지막 잔치’ 우려도

실적 면에서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건설사들의 도시정비 수주 경쟁의 불꽃만큼은 꺼지지 않았다. 도시정비 수주 실적에서 현대건설은 상반기에만 7조, GS건설과 롯데건설은 3조 클럽을 정조준하는 것은 물론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일찌감치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최근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경쟁의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윤영준닫기윤영준기사 모아보기 사장 취임 이후, 현대건설은 유례없는 속도로 도시정비 수주에 나서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GS건설 역시 상반기만에 도시정비 수주액 3조원을 넘기며 지난해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도 5조원대 수주로 현대건설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였던 GS건설은 올해 초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이촌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시공사를 시작으로 모두 8건의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총 3조2107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반기에 2조7000억원대 수주에 성공하며 선두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롯데건설은 서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은 상반기만에 작년 연간 누적 수주액이었던 2억2229만원을 넘어 2조7406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다만 이 같은 수주경쟁이 해외시장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통화긴축 움직임과 금리인상 등 정부의 시중유동성 회수 움직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값 급등 등의 요인이 겹치며, 올해 주택시장이 최근 2년만큼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사실상 ‘마지막 잔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8.7p나 하락한 64.7p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2년 사이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재가격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불안심리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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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아닌 필수? 친환경 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 몰두하기 시작한 건설사들

이미 레드오션화 되버린 국내 주택사업을 넘어 신사업으로 눈을 돌린 건설사도 많았다.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및 탄소자원화 사업 설계, 시공 및 운영에 관한 일체 사업 등 신사업 목적을 정관에 신규 추가했다. HDC현산 또한 사업목적에 유통업·도매/소매업·판매시설운영업·물류단지개발업·물류업·물류창고업·운수업·데이터센터업 등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기술기반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해 삼표피앤씨(주)와 공동으로 ‘단부 보강형 PC 더블월(Pre Cast Double Wall) 복합화 공법(이하, PC 더블월 공법)’을 개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신기술 지정을 받았던 현대건설은 올해도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쓸 전망이다.

GS건설은 오너 4세인 허윤홍 신사업부문 사장을 필두로 올해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업체인 덴마크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손잡고 바이오디젤 생산설비 모듈화 사업에 진출했다. 그린수소에 이어 바이오디젤 분야로 모듈화 사업을 확장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모듈화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GS건설은 올해 국내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신재생 그린수소 플랜트를 모듈화해 수출하기로 했다.

친환경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M&A를 통해 점차 관련 분야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 종합환경기업인 센바이로(Cenvir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동남아시아 환경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게 됐으며, 세계 최다 거점을 보유한 글로벌 전기·전자 폐기물 선도기업인 테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IT기기 및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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