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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하는 기업에 고통분담 요구하는 ‘무노동 국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7-11 00:00

▲ 서효문 기자

▲ 서효문 기자

[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몇 년 전 일이다. 기자는 당시 새로 구입한 경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큰 부담 없는 유지 비용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리터당 18km에 육박하는 연비, 그리고 당시 1000원대 언저리였던 경유가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약 6년이 지난 현재도 기자는 그 차를 몰고 있다. 하지만 기분은 전혀 다르다. 시동을 걸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경유가는 리터당 2000원이 저렴한 시대가 됐다. 더 이상 경유차가 휘발유 차량 대비 가성비 좋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 시절이다.

얼마 전 포항이 고향인 기자 친척 어르신들이 서울에 오셨을 때 이걸 체감했다. 어르신을 모시고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다 기름이 바닥나는 바람에 주유소에 들렀다. 평소엔 몇 만원씩 넣다가 모처럼 기름을 가득 채우면서 비로서 경유가의 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7만 원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번에는 11만원이 넘어갔다. 체감 상으로 2배 이상 기름값이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매일 경유를 투입해야 하는 화물트럭 운전자 등 경유 생활자들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을 낮춰 경유 생활자 등 서민들 생활고를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유가연동보조금 기준 단가를 1700원까지 낮췄고, 유류세를 최대 37% 인하했다. 다행히 이 조치가 본격화한 이달 들어 유가는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솟는 기름값으로 서민들 허리는 휘어지고 있다. 리터당 2000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반면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실효성은 아직 체감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유가 시대에 유류세 인하를 제외한 정부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선보였지만 그 다음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는 황당한 말로 직장인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라며 명확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저 유가가 떨어지기만을 기원하는 ‘기우제’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고유가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국회는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는 이 와중에 자기들 권력 다툼으로 고유가로 신음하는 국민과 기업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무노동 국회가 세비는 알뜰하게 받아 챙겼다.

국회 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지만 국회의원들 모두 월 1200만원대 세비 수령은 잊지 않았다. 여야는 고유가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50%로 확대하는 법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고유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주장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기업들의 ‘고통 분담’이다. 고유가 상승으로 올해 사상 최고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업계에 ‘횡재세’ 등 도입을 통해 고통 분담을 요구 중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유가 상황 속에 정유업계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 대유행에 이어 고유가로 대표되는 글로벌 경제 위기는 정부, 국회, 국민, 기업 모두 힘을 합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적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일치단결해 그 위기를 극복해 왔다. 국민은 늘 준비돼 있다.

이번에도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언제까지 뻔한 정책만 내세우며 국민들과 기업들 고통분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미 고통분담으로 힘들어 하는 기업들과 서민들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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