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창 증권부장.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가폭락으로 힘없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이들이 숨 쉴 공간이라도 열어주자”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에 공매도 금지조치를 요청한 셈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공매도 개선 등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갈 경우 싼 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주문을 냈을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 6만원이라면 일단 6만원에 그대로 판다. 그리고 사흘 뒤 결제일에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5만원에 주식을 다시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1만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공매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공매도가 이뤄지면 주가가 하락할수록 공매도 세력으로선 이익을 얻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이것이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29억원으로 지난달(4778억원)과 비교하면 5.25% 늘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잔고도 24일 기준 19억1478주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8.28% 증가했다.
주식투자자 5만여명으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현행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아울러 “코스피지수가 2300선 초반까지 무너진다면 정부는 컨틴전시 플래(비상 계획)을 가동해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공매도가 지수의 추가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수급의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가 급증하면 지수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결국 현재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장세에서 공매도 금지 등의 적극적인 정책 여부가 지수의 바닥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주식시장에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과도한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자동으로 발동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장치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한 이후 공매도 관련한 논의는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과 ‘증시점검회의’를 갖고 “과도한 불안심리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되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상황별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표명인데 아직 구체적인 조치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매도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어떤 ‘지혜로운 그림’을 내놓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