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옆서 (정수아트센터 제공)
정상기는 제주도에서 거주한지는 31년, 한라산 붉은 겨우살이를 작품의 주제로 촬영한 지 올해로 11년이 되어간다. 그는 종종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한라산에 올랐는데, 나무 꼭대기에 잎파리 하나 없이 새집처럼 동그랗게 있는 무언가를 포착한다. 그때 그는 붉은빛을 내는 겨우살이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에 큰 관심을 둔다. 그 후 현재까지 겨우살이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상기는 겨우살이에 대해 알면 알 수록 그 식물이 독특하고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겨우살이는 쌍떡잎식물 단향목 겨우살이과의 상록 기생관목. 겨우살이, 겨우사리, 동청(冬靑), 기생목(寄生木) 등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Mistletoe이다. 또한 겨우살이는 다른 식물에게 기생해서 겨울을 나는 식물이다.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우내 숙주가 되는 나무의 수액을 쭉쭉 뽑아 먹고 그걸로 꽃을 피운 다음 열매를 맺는다. 신화와 풍습에서도 겨우살이는 단연 특이함이 엿보인다. 북유럽신화에서 로키가 이 겨우살이의 가지로 만든 창을 장님신 호드에게 쥐어 줘 발두르에게 던지게 만들고, 호드는 발두르를 원샷으로 저승으로 보냈다. 발두르의 어머니 프리그는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발두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지만, 불행하게도 겨우살이 만은 나무의 가지에 가려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약속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들은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신성한 식물로 여겼다.
드루이드란 명칭부터 참나무를 찾는 이란 뜻에서 유래했는데, 참나무의 겨우살이를 캤기 때문. 크리스마스날 겨우살이 나무 아래에서 키스를 해도 용서된다는 전설이나,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를 하면 연인이 되거나 결혼을 하거나 행복해진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이야기다. 반대로 겨우살이 아래에서 산 제물을 바친다는 변형도 존재한다.
겨우살이는 높은 곳에서 자란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쉽사리 접하지 못하는 식물이다. 아마 겨우살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정상기는 무릎까지 오는 눈을 힘겹게 밟고 제주도민과 닮아 있는 겨우살이를 촬영하러 다닌다. 아직 코로나로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고 높은 지역이라서 접하기 어려운 겨우살이를 생생히 담은 그의 작품은 제주도의 진면목을 다시 돌아보도록 만든다. [작품소개 도움말 : 박정수 정수아트센터 관장]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