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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강 컴백·소진세 퇴장…교촌의 파워시프트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4-18 00:00 최종수정 : 2022-04-18 08:44

치킨업계 1위 bhc로…전열 재정비 필요
창업주 복귀…불도저 소 회장은 물러나

▲ 교촌 창업주 권원강 이사회 의장

▲ 교촌 창업주 권원강 이사회 의장

[한국금융신문 나선혜 기자] 거문고 줄은 과연 느슨해져 있던 것일까. 창업 31주년을 맞아 지난달 교촌이 새로운 슬로건으로 ‘해현경장(解弦更張)’을 내걸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현경장. 중국 고대 역사서 ‘한서’에 나오는 말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꿔 맨다는 뜻이다. 요컨대, 다소 해이해져 있는 기강을 바로 세우고 창업 초기로 돌아가 다시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아니, 치킨업계 1위 교촌이 그런 상황이었나? 오버하는 것이겠지. 교촌F&B 상장은 성공적이었고, 매출은 매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매장 폐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도 막강한 편이다. 이런 안정적 기조에서 거문고 줄을 다시 맨다고? 의아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경쟁사 bhc가 지난해 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며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1위로 올라섰다는 발표를 보고 납득할 수 있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인수 효과도 있겠지만 마침내 bhc가 교촌을 제치고 치킨 프랜차이즈 1위로 올라선 것이다. 교촌으로서는 거문고 줄을 동여 매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줄을 맬 것인가, 라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 교촌의 변화를 주도했던 인물은 소진세 회장.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 권원강 창업주가 돌아왔다. 그는 지난달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교촌은 지난 1991년 권 의장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10평 남짓 가게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처음부터 가게가 잘 됐던 것은 아니었다. 권 의장은 다만 ‘정직’이라는 신념을 지키며 가게를 운영했고 대구에서 입소문을 타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먼저 온 손님 2명을 챙기기 위해 그는 8명의 단체 손님을 거부했다. 신념대로 한 것이다.

먼저 온 사람이 고맙다며 권 의장에게 명함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삼성전자 임원이었다. 그 후 이 임원은 회사 행사가 있을 때마다 권 의장 가게에서 치킨을 시켰고 이게 교촌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권 의장은 오리지널, 윙(날개), 콤보(날개·다리), 스틱(다리) 등 닭 부위를 메뉴 이름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부터 이를 기반으로 치킨 메뉴를 개발하는 방법도 썼다. 지난 2014년 교촌은 본사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하며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승승장구하던 권 의장은 지난 2019년 임원으로 있던 친척의 부하직원 폭행 등 불미스런 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롯데 출신 소진세 회장을 영입해 코스피 직상장이라는 과업을 맡겼다.

소 회장은 교촌 내부 사업부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공격적 경영을 밀어붙였다.

▲ 교촌 F&B 경기도 오산 본사. 사진제공 = 교촌 F&B

▲ 교촌 F&B 경기도 오산 본사. 사진제공 = 교촌 F&B

교촌은 지난 2020년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4477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13.4% 증가한 5076억원을 실현했다. 가맹점 폐점률은 0%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 회장 소통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소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에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비교적 차분한 권 의장과 달리 소 회장 경영 스타일은 임직원들과 소통을 어렵게 했다.

교촌에서 10년간 근무한 황학수 전 대표가 지난해 회사를 떠났고,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송민규 CFO(최고재무책임자)도 교촌을 그만뒀다. 지난달에는 조은기 총괄사장이 1년 만에 해임됐다.

업계는 소 회장의 저돌적 경영 스타일이 권 의장 복귀를 부른 것 아니겠느냐고 본다. 이에 교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사회 의장 외 창업주의 경영 참여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권 의장 회사 지분이 69.2%에 달하는 점, 게다가 미묘한 시점에서 ‘새로운 원년’ ‘해현경장’ 등을 내세운 점 등을 들어 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권 의장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변화한 교촌치킨 조직도

▲ 변화한 교촌치킨 조직도

교촌은 권 의장 복귀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그룹전략기획실 ▲바이오소재연구원 ▲가맹사업본부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총괄 ▲SCM(물류) ▲가맹사업 ▲디지털혁신 ▲신사업 ▲식품과학연구원 등 5개 부문 1개 연구원 체제로 바꿨다. 교촌 관계자는 “조직 개편 골자는 전문 경영인 체제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교촌은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한 소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문 역할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복귀와 새로운 전문 경영인의 등장. 소임을 다한 전문 경영인이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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