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는 지난해 잠정 224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3일 밝혔다. 흑자전환 원년이자 2020년 1054억원 손실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실적 반등이다.
흑자전환 핵심 요소로는 3배 이상 가파른 고객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1년 사이 219만명에서 717만명으로 약 500만명 늘었다. 이에 따라 수신(예금) 잔액은 2020년말 3조75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32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신(대출)은 2조9900억원에서 7조900억원으로 뛰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플러스박스’를 개편해 목적에 맞춰 통장 쪼개기가 가능한 파킹 통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목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면 매주 모아야 하는 금액이 자동 계산되는 ‘챌린지박스’도 출시했다. 이와 같은 요구불성 상품들 인기에 지난해 말 저 원가성 예금 비중이 80%에 달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여신은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이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취급액 1조원을 돌파하면서 자산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전세‧청년 전세 대출도 4개월 만에 2000억원을 넘어서며 대출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했다.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도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고객에게 대출 이자 두 달 치 현금 캐시백과 대출 상환 중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보험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해 주는 ‘대출안심플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중‧저신용자 고객 신용대출 공급액 규모는 2020년보다 약 2.3배 급증했다.
가파른 외형성장은 이익지표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연간 순이자이익은 1980억원으로 2020년 464억원 대비 327%나 올랐다. 특히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매 분기 평균 약 46%씩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비이자이익 역시 업비트와의 제휴 활성화 등에 힘입어 2020년 10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9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익 증가와 더불어 경영효율성도 대폭 개선됐다. 2020년 300%를 넘었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지난해 말 61%까지 낮아졌다. CIR은 금융사의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비교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탄탄한 수익구조 안착과 제휴 시너지 강화에 힘입어 확연한 펀더멘탈(기초자산) 개선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더욱 공고해진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 기반 위에서 혁신 사업자와의 제휴를 더욱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해는 예대 비즈니스(사업)를 본 궤도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개선해 출범 이후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이를 토대로 디지털금융 플랫폼 도약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편,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당초 내년으로 계획했던 IPO 시기를 1년 정도 앞당겨 올 초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케이뱅크가 동반 매각 청구권(Drag-Along Right)을 부여했기 때문에 IPO를 2023년까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반 매각 청구권은 케이뱅크가 합의한 조건으로 상장되지 못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수익률을 보장해 줘야 하는 권리다.
지난해 케이뱅크 3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서호성 행장은 비 KT 출신으로, 다양한 금융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마케팅 전문가로 평이 나 있다. 199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베인앤컴퍼니 이사 ▲현대카드 전략기획실장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 자산관리(WM) 사업본부장 ▲현대라이프 생명보험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용카드 대란’ 파동으로 현대카드가 위기를 겪을 때 침체된 조직을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급속히 바꾸는 턴어라운드 전략을 구사하며 흑자 전환을 이룬 바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과 HMC투자증권 기획을 담당하면서 인수‧합병(M&A) 이후 조직 안정화를 주도해 성장 기반을 닦기도 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