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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고승범, 가계빚·집값 잡았다…과제도 산적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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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08 06:00 최종수정 : 2021-12-08 07:37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집값·가계부채 진정 이끌어
대출시장 혼란 부작용도…내년 소신정책 이어갈 듯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금융위원회(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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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융위원장으로 가계부채 소방수 역할을 부여받은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두고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정책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파이터’를 자임한 고 위원장이 일사천리 업무 스타일로 뚜렷한 정책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고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 당시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강력한 정책을 예고했다. 앞서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위기와 가상자산 시장 거품과 관련한 내용을 책에서 찾아보며 심도 있는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의 상호 상승 작용의 연결고리를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의 공언대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잇따라 단행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7월 15조3000억원을 기록한 뒤 8월 8조6000억원, 9월 7조8000억원, 10월 6조1000억원 넉달째 축소되고 있다.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도 7월 10.0%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11월 기준 7.7%로 낮아졌다. 고 위원장의 대출 총량 규제와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주택시장 불안 완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올해 증가율 목표치인 6%대 달성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집값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수도권 집값은 0.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월 셋째 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 폭도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전셋값 역시 안정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셋값은 0.12% 상승한 가운데 서울 지역은 12주 연속 상승 폭을 줄였다. 경기(0.12%)와 인천(0.15%) 지역도 상승률이 줄거나 같았다.

업계에서는 고 위원장의 소신 행보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급작스럽고 무리한 가계부채 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출 총량 규제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대출금리가 치솟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이 중단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1금융권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도미노식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까지 제한되자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대출 한파에 내몰려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 과정은 당장은 인기가 없고 쉬운 길이 아닌 것을 잘 알지만, 금융안정을 위해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만 했다”며 “일단은 급등추세의 전환을 견인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전세대출,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등의 문제에는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소회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 규제와 관련해서도 소신 행보를 나타냈다. 지난 9월 24일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유예기한 만료를 앞두고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고 위원장은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신고 기한 이후에도 큰 혼란 없이 제도가 안착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핀테크 정책과 관련해선 업권별로 평가가 엇갈린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회사 간의 시장 질서와 관련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를 두고 핀테크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에 따른 산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디지털 금융혁신 방향에 대해 “혁신과 경쟁 유도와 함께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의 원칙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둘 간의 균형감 있는 접근을 통해 핀테크 산업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을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내년에도 소신을 꺾지 않고 가계부채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에는 예외를 두는 등 탄력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내년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보다 4~5%대 증가하는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 위원장은 “내년 부동산시장 상황 등 가계대출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확대되면 상환능력만큼 빌리는 관행이 정착될 것이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점차 안정돼 갈 것”이라며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시행되기 때문에 총량관리 목표를 정하더라도 올해보다는 훨씬 유연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정상화의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금융 산업에 대한 종합 점검을 추진해 연착륙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각종 위험요소에 대해 우리 금융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건전성·유동성·수익성 등의 측면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정책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를 통해 신고된 업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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