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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점증하는 국내 가계부채, 감당할 수 있나

편집국

기사입력 : 2021-11-08 00:00

실물자산 기반 부채 상환능력 낮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위험수위

▲ 사진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 사진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정착된 가운데 주택취급 금융기관의 공급 확대와 가계의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자신의 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의 저금리 대출에 힘입어 주택 구입 과정에서 신용사용을 크게 늘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축소 현상이 진행되는 여타 국가와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1년 2분기 기준 한국은행 가계신용이 1800조원을 넘어섰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가계 가처분소득은 2.5배 상승하였고, 가계신용은 이 보다 훨씬 높은 3.9배 상승하였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민 개인의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빚은 2020년 현재 1인당 3334만원, 가계당 8042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로 가계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 보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는 소득이나 복지가 월등히 좋은 북유럽 국가들, 네델란드, 호주, 스위스 정도이다.

2020년 기준 국내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계신용 기준으로 166.5%, 자금순환 개인부채 기준으로 193.9%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이 되고 있는 자금순환 개인부채 기준으로 보면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미국은 90%대, 일본은 100%대, 영국 130%대 정도이다.

우리가 급등한 가계 부채 문제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의 경우 가계부채 증가가 대부분 실물자산에 기반을 두고 있어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가계 빚의 증가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즉, 주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비록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할 경우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주택 등 부동산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즉,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에는 매물을 내 놓는 사람이 없어 사려고 해도 쉽게 살 수가 없고, 가격이 급락할 때는 팔려고 매물을 내 놓아도 팔릴 수가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실물자산이 매각되지 않는 상황이 유발되면서 가계부채 상환이 쉽지 않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계들은 우선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보유 금융자산을 매각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를 줄이거나 보유 금융자산을 팔아도 도저히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개인파산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우리 가계의 빚은 질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질적으로 취약하다는 말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그리 길지 않고, 대부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상환계획을 세우지 않고 빚을 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만기가 5년 미만인 주택의 비율이 전체 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상환방식에 있어서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지만 사고파는 일이 빈번한 우리 현실에서 대부분 만기 전에 팔아서 부채를 갚으려고 계획 하에 돈을 대출받았던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모기지론은 장기모기지로 단순한 금융 상품이라기보다 생활이다. 미국의 샐러리맨들은 결혼하자마자 모기지론을 대출받아 집을 구입한 후 고정금리로 원금과 함께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20년이고, 30년이고 장기간에 걸쳐 갚아나가는 게 아주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와는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연령별로 보았을 때 중년인 50대가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50대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만기 5년 미만의 비율이 가장 높고, 만기에 집을 팔아서 일시에 상환하겠다는 비율도 가장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만일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게 되면 집 한 채 있는 개인들은 빚을 어떻게 갚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어떻게 갚아야할지 계획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지니고 있는 부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만약 앞으로 이자율이 지금보다 2% 정도만 오른다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정도일까? 가계 대출을 받은 대부분의 개인은 이자가 오를 경우 생활비를 절감하던가 아니면 금융상품을 매각하면서 고달픈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 이르면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말고 먼저 ‘어떡하면 부채를 빨리 정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자주 ‘빚도 재산이지’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 말을 흔하게 들을 정도로 우리 가계에 빚 갖는 일이 만연되어 있다. 하지만 빚은 빚일 뿐 절대로 재산이 될 수 없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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