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빚투족’ 막으려 무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1-09-08 17:50 최종수정 : 2021-09-08 18:08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인상‧중단‧개선

금융당국 “전세대출 증가율, 너무 빨라”

서울 아파트 전세 중간값 1년 만에 30%↑

가계대출 규제 나섰지만, 증가세 3달째 지속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현 상황을 막고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억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현 상황을 막고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억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거나 금리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면밀히 동향을 점검‧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현 상황을 막고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억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자가 싼 전세대출로 주식이나 가상 자산을 사들이는 ‘빚투족(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을 막겠다는 의지는 동의하지만, 기존 목적과 달리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가을 이사 시기를 맞은 세입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관리 강화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관리를 강화한다.

최근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 조치에 따라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금리를 인상하거나 중단 또는 개선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0.2%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기존 연 2.77~3.87%였던 금리는 연 2.97~4.07%로 상향했다. 그보다 3일 앞서 KB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축소했다. 가산금리가 오르거나 우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는 오르게 된다. 가산 금리란 은행들이 운영 비용과 대출자 신용등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매기는 금리를 말한다.

심지어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말까지 3분기 한도 소진 때문에 중단했던 신규 취급 전세대출을 지난 1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만 대출 한도 관리 방식을 바꿨다. ‘은행 전체’ 대신 ‘지점별 관리’ 방식에 총량 관리 기간도 ‘분기’에서 ‘월’ 단위로 줄여서 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셋값 상승 등으로 늘어난 전세대출 수요 탓에 분기마다 한도 소진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은행은 한도 관리 조건을 변경해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관리 계획에 맞춰 연초부터 한도 관리를 유동적으로 해왔는데 전세대출 관리 차원에서 9월에만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전세대출 규제 강화 검토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규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못 받거나 한도 제한이 있지만, 무주택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석 이후부터 무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방안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관해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전세대출 등 실수요와 서민‧취약계층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며 “현재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감독 강화 대상 및 범위, 방안, 추진일정 등은 확정된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무주택자를 포함해 모든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한도를 현재의 80~90% 수준에서 최대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안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2015년에 비해 8배로 폭증했는데, 이러한 급증세는 보증금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해 대출한도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증가율이 높은 전세대출을 잡아서 주식이나 가상화폐 ‘붐’을 꺼뜨리겠다는 각오인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 얘기대로 시중은행 전세대출 증가율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기준 전세대출은 119조96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2% 늘었다. 신용대출은 5.42% 불어 140조8942억원, 주택담보대출은 4.14% 증가한 493조4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세대출 증가폭은 올 들어 매월 1조50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30%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전세대출 채권 잔액은 현재 150조원 규모다.

금융당국 논리와 다르게 전세대출과 ‘빚투’ 사이 인과 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그만큼 전셋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최근 3.3㎡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3㎡당 4017만원이었다. 국민은행이 실시한 역대 조사 중 자치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000만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새 전셋값은 3.3㎡당 721만원 올랐고, 2017년 5월(2533만원)에 비해 1484만원 뛰었다.

강북권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중간값)은 5억433만원으로 2013년 4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 5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중간값은 1년 만에 4억6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30% 넘게 올랐다. 전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17주 연속 0.2%대 중반 이상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 무주택자‧실수요자‧세입자 반발↑

이러한 금융당국 규제에 무주택자와 실수요자, 세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세대출은 사실상 무주택 실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강화할수록 애먼 서민들의 시름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최근 월세에서 전세로 갈타아고자 1억원 정도 대출을 받으려던 이형우(31‧가명) 씨는 “더 빠른 시일에 전세를 구하는 게 맞다고 주변에서 얘기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월세에 계속 살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다수인데, 가을 이사 시기를 앞두고 걱정하는 세입자 문의가 최근 많이 늘었다”며 “전세대출 금리 인상과 중단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은행이 아니라 무주택 서민”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관리 감독은 필요하지만, 개별 소득과 신용도에 기반한 접근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출 자제로 막는 형태로 접근하면 결국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으면서 오히려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가계부채 감축은 강력히 추진하지만, 취약계층 등에 대출 절벽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통을 분담하는 형식의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7일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통화정책 정상화와 자산 시장 영향’ 토론회에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생계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시장 과열 등으로 신용대출이 많이 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도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 가계대출이 많은 사람부터 충격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허리띠를 매고 풍선 바람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에서도 정책 추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훈 금융정책과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줄어드는 반면, 전세대출과 정책 모기지, 집단대출 등 가계부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3가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 정책적 ‘진퇴양난(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음)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2000억원 증가하며 석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달 9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5조9000억원이 늘며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더군다나 올해 늘어난 42조3000억원의 주택 관련 대출 중 절반 이상인 21조3000억원이 전세대출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 때 자금조달 계획서를 받아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개인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40%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한 생활 안정자금 대출 규제도 거론된다.

이에 관해 금융위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 추석 이후 어떤 발표가 있을지 많은 눈과 귀가 쏠리는 상황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