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31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60원 떨어진 1,110.90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과 동시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제대로 된 방향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
지난 주말 사이 발표된 미국의 지난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데 그치면서 자산시장 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이 주목받은 데 반해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고, 국내 주식시장도 내림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좀처럼 방향성을 찾지 못하던 달러/원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고시한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고, 여기에 네고 물량까지 더해지며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보다 0.28% 낮은 6.3682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위안 환율은 정오를 지나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키웠다.
오후 장 후반 들어서는 코스피지수까지 상승 반전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식 순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달러/원의 하락을 부추겼다. 이에 달러/원은 장중 한때 1,110.6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3666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가격 변동 없이 90.03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천203억원어치와 17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환시 참가자들 '관망'에서 '숏'으로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만해도 특정 포지션을 피한 채 관망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시아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도 순매수 규모를 키우자 역내외 참가자들은 서둘러 숏 포지션을 늘렸고, 여기에 더해 월말 네고 물량까지 가세하며 달러/원의 낙폭은 더욱 확대됐다.
달러/원이 1,110원선 주변까지 내려서자 저가성 결제 수요도 만만치 않았지만, 시장 전반에 숏 분위기에 눌린 달러/원은 장 막판까지 하락 모멘텀을 유지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위안 환율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역내외 참가자들의 숏마인드가 부활했고, 월말 네고에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까지 오후 들어 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시장 수급을 공급 우위 돌려세우며 달러/원 하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 1일 전망…달러/위안 환율 움직임 촉각
내달 1일 달러/원 환율은 미 금융시장이 메모리얼 데이로 휴장인 가운데 달러/위안 환율과 동조화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로, 올해는 31일(현지시간)이다.
달러/위안 환율이 추세적 하향 곡선을 이어나갈 경우 달러/원의 1,110원선 하향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
달러/위안 환율의 하락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제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 중국 인민은행 위원은 지난 주말 "위안화 가치의 빠른 절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하튼 미 금융시장이 휴장하기 때문에 달러/위안 환율 움직임이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MSCI 리밸런싱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나갈지도 관심이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 금융시장이 휴장인 관계로 달러/위안과 주식시장 흐름, 외국인 주식 수급 등이 달러/원 가격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울러 5월 우리나라 수출 실적 발표 또한 달러/원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