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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봄바람 흩날리며, 감미로운 강변 드라이브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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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28 17:31

[WM국 김민정 기자]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한강 따라 누볐다. 북한강 따라 청평까지, 남한강 따라 여주까지 그리고 서북쪽 문산까지 차로 달렸다. 바람은 잔잔하다가도 어느새 거세졌고 물살 역시 바람 따라 춤을 췄다.

강가에서는 백로도 놀았지만 갈매기도 날개를 퍼덕였다. 산에서 내려와 길게 흘러 바다로 향하기까지 물길의 굴곡진 생애를 더듬었다.

봄을 관통하다, 북한강

한강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서울을 관통하고 서해로 빠진다. 만조 때는 서해에서 동해 방향으로 물길이 바뀌기도 한다. 수도권 발전을 두고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듯 강가 따라 교통망이 발달했다.

서울뿐 아니라 양평, 청평, 여주, 파주까지 한강을 품는다. 강줄기 따라 조금만 멀리 나서면 북한강, 남한강, 임진강까지 다다를 수 있다. 도심에서 살포시 벗어난 만큼 자연 고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시멘트로 덮이지 않은 강둑이나 다리가 관통하지 않은 너른 강물을 볼 수도 있다. 도시인에게는 오히려 그 풍경이 낯설 때가 많다. 때문에 여행의 목적으로 ‘자연’만큼 훌륭한, 아무리 자주 봐도 식상하지 않는 주제도 없다.

팔당호를 낀 양평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가는 두물머리를 넓게 품는다. 두물머리에서 출발해 청평까지 북한강을 달리거나 여주까지 남한강을 누빌 수 있다.

북한강을 먼저 달렸다. 팔당호 너머 북한강로~경춘로를 타고 달리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문호리를 거쳐 두물머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사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차도 많고 자전거도 많고, 산책하는 인파까지 많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왕이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평일에 시간을 내보는 것이 좋다.

‘물의 정원’에서 차를 세웠다. 어느새 땀이 흐르는 날씨이지만, 제법 붐빈다. 마스크로 얼굴을 덮고 선글라스를 쓰고 팔토시까지 꼈으면서도 양산까지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거닌다. 묵직한 카메라와 삼각대를 멘 사람도 여럿이다.

파라솔 아래 캔버스를 펴고 풍경을 담는 예술가도 곳곳에 있다. 사람으로 향하던 시선은 물가에서야 겨우 거둘 수 있었다. 봄 햇살을 가득 머금은 햇살은 더없이 파랬고, 물 역시 그만큼 푸르다. 건너편 산들의 녹음 또한 그 색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두물머리를 향해 달린다.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구간을 잠시 지난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 차가 금세 느껴진다. 10여분 달려 ‘이정웅 스페이스’에서 잠시 멈추고, 또다시 10여 분을 이동해 ‘구하우스’에서 내렸다.

이정웅 스페이스는 ‘붓의 화가’ 이정웅의 역동적인 먹 작품을 전시하는 화랑이자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이고, 구하우스는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생활 공간 속에서 만날 수 있도록 ‘집’을 콘셉트로 조성한 미술관이다. 둘 다 결코 실망할 일 없어 가볼 만 한 곳이다.

사뭇 번잡한 문호리를 지나 두물머리를 향해 간다. 문호리부터 양수리까지 이어지는 352번 도로에서 드라이브의 정점에 다다른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이기에 건물 하나 없고 가드레일도 낮다.

아름다운 풍광에 안겨 달리는 동안 만큼은 운전대를 잡는 일도 흥이 난다. 도심에 들어서 신호 대기하는 순간부터는 다시 누리지 못할 여유이기에 눈에 담기는 모든 순간을 최선을 다해 만끽한다.

남한강 따라 떠나는 반나절 드라이브

북한강의 이미지가 도시적인 데 반해 남한강은 목가적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의 여파가 덜 닿아서다. 세미원에서 이포보, 여주보를 거쳐 영월루까지 강에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평야를 가로지르고 산골을 오르내린다.

웅장한 보 앞에 다다라서야 문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물길을 막은 보는 수력발전소이자 전망 공원, 거대 조형물로 두루 역할을 한다. 이포보 위에는 둥글둥글한 은빛 금속 구조물이 장식돼 있다.

수문을 여닫는 권양기를 감싸는 조형물이다. 백로알을 상징한다는데, 언뜻 백로알의 무엇을 닮은 것인지 이해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칭을 한 뒤 여주보를 향해 다시 달린다.

이포보가 새를 상징화했다면 여주보는 세종대왕을 모티프로 설계했다. 자격루를 재해석해 하부 기둥을 제작했고, 인근 광장은 해시계 앙부일구를 형상화해 조성했다.

인공 조형물에는 이렇다 할 감흥이 없건만, 강변을 화사하게 뒤덮은 꽃들에는 가슴이 일렁인다. 어떻게 피어나 이렇게 아름다운지 경이롭기만 하다. 꽃밭 사이를 파고든 사진가들도 분명 같은 마음이리라.

해질 무렵, 영월루에 오르면 황금빛으로 달아오른 남한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웨이크보드가 물살을 거칠게 가르는 동안 청록색 자국이 새겨졌지만, 이내 잔잔해지고 금가루로 뒤덮인다. 아득하게 먼 곳, 강물의 소실점에 시선을 두고 멍하니 사색하다 이마에 열기가 식을 무렵 내려왔다. 영월루 건너편에는 신륵사국민관광지가 있고 인근에 세종대왕릉도 자리한다.

세미원이 있는 양수리에서 영월루까지, 휴식 시간을 모두 포함해 편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훌쩍 떠나 조용히 드라이브 하기 좋은 코스다.

임진강을 보며 ‘물멍’의 묘미도

서울에서 파주까지 자유로는 아침저녁으로 늘 막힌다. 도로가 강폭만큼 넓은데도 어마어마한 차량이 꽉꽉 들어찬다.

행주산성에 올라 한강을 한눈에 조망하고 내려와 ‘파주출판단지’와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쉬어 가듯 놀았다. 어차피 ‘달리는 맛’은 문산에 가까워져야 느낄 수 있을 터다.

파주출판단지에는 천장 끝까지 책으로 꽉 찬 ‘지혜의 숲’을 비롯해 크고 작은 북카페가 자리한다. 책 내음에 안긴 채 머무르기만 해도 정신이 고요해지는 듯하다.

차분해진 기분으로 언덕 위 카 페 ‘라플란드’까지 오솔길 따라 이동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나와 유명세를 탄 카페인데, 2층에 오르면 한강까지 아득하게 펼쳐진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황희선생유적지인 반구정은 관직에서 물러난 황희 선생이 여생을 보낸 곳이다. 유적지는 공원으로 단정하게 조성해놓았다. 영정을 모신 영당과 유물을 전시한 방촌기념관이 아담하게 자리한다.

잔디 위 울창한 나무가 그늘을 짙게 드리웠다. 강가 옆 낮은 언덕 위에 정자 2개가 있다. 20계단쯤 위 언덕에 올라 엉덩이를 붙였다. 태백산맥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한강을 지나 서해에 다다르면서 넓고 얕게 퍼진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푸른빛이고, 임진강은 흙빛이다. 버들가지가 물 위를 톡 톡 건드리는 장면, 얕은 파동이 오래 퍼져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있노라면 별별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그리고 이내 감정도 감각도 서서히 지워져 백지상태가 되곤 한다. 머릿속에 우글거리던 생각들을 흘려 보내는 것이다. 어쩌면 바람이 훔쳐간 것일지도, 햇살에 말라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물 같다는 건 이렇게 가벼운 상태라는 걸까. 하지만 그 생각마저 이내 잠잠해지고 만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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