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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타격 땐 대출원금 감면…‘은행빚 탕감법’ 두고 금융당국도 우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4-27 05:00

재난 타격 땐 대출원금 감면…‘은행빚 탕감법’ 두고 금융당국도 우려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차주의 대출원금을 금융사가 감면해주도록 하는 이른바 '은행빚 탕감법'을 두고 업계에 이어 금융당국도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출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는 것은 은행의 재산권 침해와 건전성 저해, 다른 금융소비자로의 비용 전가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일부개정안’은 영업 제한이나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금융소비자에 대해 대출원금 감면, 이자 상환유예 등을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돼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재난으로 인해 영업 제한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거나 경제여건의 악화로 소득이 현격히 감소한 사업자 또는 그 사업자의 임대인은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상환 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한 은행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으로 인한 영업 제한 등의 조치로 수익 창출이 제한된 사업장이 당초 수준대로 대출 원리금을 납부해야 할 경우 사업주의 도산에 따른 실직자 확대, 빈부격차 심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때 재난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태풍·홍수·황사 등 자연재난과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 사회재난을 포괄한다.

금소법 개정안은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가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보험료 납입 유예 등의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상환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으나 제도화돼 있지 않아 지원 범위도 크지 않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금융사에 빚 탕감을 의무화하는 강제 조항을 만든 것이라 시장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부분 상장사인 금융사들은 주주 이익 훼손으로 배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개정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정무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등을 의무화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은행의 건전성 저해, 다른 금융소비자로의 비용 전가 등 비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자문에 있어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나 협상력이 불리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제정됐기 때문에 재난 등 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지원조치를 규정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채무자와 개별 금융회사 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 중인 만큼 해당 법안을 통해 개인 연체채무자를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신용법에는 개인 연체채무자에게 채무조정요청권을 부여하고 금융회사가 마련한 내부기준에 따라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해당 법에 따른 채무조정요청권은 이번 개정안과 달리 재난 상황에 한정되지 않고 은행을 포함한 모든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연합회 역시 사기업인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은 이미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규대출, 만기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금융 조치를 법제화해 강제하는 것보다는 금융권이 금융당국·보증기관 등과 협조해 코로나19 피해 고객에게 선별적인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 이용준 수석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협회 간 협의를 통해 이미 대출금 만기연장, 원금·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대출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는 입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의원은 2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재난 상황에서 원금이나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로 합의를 통해서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다 보니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근거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대출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맞아야 하고 금융사가 그 조건에 대한 심사를 하도록 해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재난 상황, 대개 특수하고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관련 법에 규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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