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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는 되고 ‘이익배당’은 안되고…깊어지는 은행권 한숨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1-28 17:17

‘이익공유’는 되고 ‘이익배당’은 안되고…깊어지는 은행권 한숨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모순된 요구에 은행권이 혼란에 빠졌다. 여당에서 은행에 이익공유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 아래로 낮추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고질적인 관치금융에 정치금융까지 가세하자 은행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국내 은행 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라는 내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의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은 예외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권고는 오늘 6월 말까지 적용된다.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위기상황에서도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줬다는 의미다. 2019년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 KB금융 26%, 하나금융 25.8%, 신한금융 25% 등이다. 올해는 이에 비해 한시적으로 5~7%포인트 낮춰 배당하라는 게 당국의 권고다.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에 배당 축소를 권고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도 실시했다.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한 뒤 향후 3년간 은행의 자본비율 등 변화를 추정한 결과 U자형(장기회복)과 L자형(장기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총자본비율 8%)을 웃돌았다. 반면 배당 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U자형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5.8%)을 한 뒤 내년(4.6%)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이고, L자형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 후 내년(0.0%)에도 제로성장을 기록하는 시나리오다. 금융위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 제한 규제비율을 웃도는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는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업종을 돕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뒤 은행 등 금융권이 주요 타깃으로 지목됐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판 뉴딜 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 대상으로까지 지목되자 속앓이를 앓고 있다. 당국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정치권은 이익을 공유하라고 압박하자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법인세를 내면서 과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 데다 원리금 상환유예 등 수많은 대출 지원에 나서고 있고 뉴딜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공유까지는 쉽지 않다”며 “은행권 수익이 잘 났으니 공유하자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른 업종을 방해하면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만 보고 얘기하니 난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당 자제, 이익공유제뿐만 아니라 대출 지원과 관련해서도 정책적으로 방향이 맞춰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공유는 할 수는 있는데 실적 개선을 탐욕으로 프레임을 씌워서 못되게 몰아가는 건 우려스럽다”며 “정권 인기를 위해 희생시키려 하니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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