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오름세 속에 전날엔 단기구간 금리마저 속등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한은은 장 마감 뒤 2조원 규모의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전일 국고3년 구간은 약보합 수준으로 출발한 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격은 하락폭을 키웠다. 입찰 역시 저조해 시장 약세를 부추겼으며, 투자자들은 한은 단순매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 마감 뒤 단순매입이 발표된 가운데 당국의 조치가 무너진 심리를 얼마나 추스릴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외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금요일 금리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보합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던 미국채 금리는 이번주 첫 거래일에 1.6%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국 상원은 지난 6일 1.9조 달러의 재정부양안을 승인했다.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일부 수정해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가결했으며, 이 법안은 하원으로 보내져 9일 별도 표결 절차를 거친다. 하원에서 통과되면 14일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춤하던 美금리 다시 오름세로...10년 종가기준 1.6% 수준
미국채 금리는 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주말 미국 상원이 재정부양책을 가결한 뒤 하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06bp 오른 1.5967%를 기록했다. 종가기준으로 금리가 1.6%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며, 이는 지난 해 2워 13일(1.618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주 금리가 장중 1.6%를 넘어선 뒤 되돌림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계속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채30년물 금리는 1.89bp 상승한 2.3167%를 나타내 반락 하루 만에 다시 2.3%를 넘어섰다. 국채2년물은 3.17bp 상승한 0.1646%, 국채5년물은 5.69bp 뛴 0.8584%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금리 오름세를 보면서 기술주 위주로 약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306.14포인트(0.97%) 상승한 3만1,802.44, S&P500지수는 20.59포인트(0.54%) 떨어진 3,821.35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310.99포인트(2.41%) 내린 1만2,609.16을 나타냈다.
달러화 가치는 경기회복 기대, 금리 오름세, 독일 지표 부진 등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48% 오른 92.4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56% 떨어진 1.1846달러를 나타냈다. 지난 1월 독일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5% 감소해 예상치(0.2% 증가)를 크게 하회했다. 파운드/달러는 0.14% 낮아진 1.381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57% 오른 6.5532위안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4일만에 하락했다. 사우디발 지정학적 우려 완화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멈칫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1.04달러(1.6%) 낮아진 배럴당 65.0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12달러(1.61%) 내린 배럴당 68.24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 측은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석유생산 시설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드론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 단기금리 급등과 혼란에 빠진 시장
전날 국고채 3년물 입찰에선 8.997조원이 응찰해 3.118조 1.090%에 약하게 낙찰됐다. 이는 민평 1.067%를 웃도는 것으로 입찰 부진은 약세 심리를 부추겼다.
장중 금리 오름세가 이어져 8일 최종호가수익률은 1.139%까지 올라갔다. 이 수준은 지난해 3월 23일(1.153%)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금리 오름세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결국 대내외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국내 통화정책의 변화 여지도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엿보이기까지 했다.
3년 금리가 1.1%를 넘어선 가운데 10년 금리는 2%를 상회했다. 10년 최종호가수익률은 2.028%를 기록했다.
10년 금리는 2019년 초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며, 현재 레벨보다 한 단계 높은 시절을 찾기 위해선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역대 유례없는 규모의 국채 발행, 경기회복과 해외금리 상승 흐름 속에 장기채 금리도 지속적으로 레벨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 한은 20-8호 등 단순매입 2조원
전날 한국은행은 2조원의 단순매입 입찰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중 5~7조원 수준의 단순매입을 예고했던 한은은 첫번째 매입을 2조원 수준으로 실시한다.
전날 3년 등 짧은 구간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단순매입 종목엔 국고3년 20-8호가 포함됐다. 이밖에 5년 경과물인 19-5호, 10년 경과물인 16-8호, 17-7호가 매입 대상이다.
한은은 "채권시장의 국고채 매입여력 제고 및 시장금리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단순매입을 실시코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단기 구간마저 흔들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냉각된 뒤 손절이 출회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3년물 입찰 전부터 스티프닝 포지션이 풀리기 시작하는 듯 하더니 3년이 망가진 뒤 시장 전반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 초래되는 모습이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엔 대외 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매입이 얼마나 분위기를 쇄신할지 자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미국 금리 오름세가 어느 선에서 그칠지 자신하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행의 등판 이 상황을 얼마나 추스릴 수 있을지 봐야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