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미 경제 고위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재닛 옐런이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일 뿐만 아니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재무장관을 모두 역임하게 된 최초의 인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책실장과 한국은행 총재, 경제 부총리를 동시에 거치는 셈이다. 뉴욕 출신의 옐런은 브라운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정통 경제학자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등으로 활동하다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제18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아 공직에 발을 들였다.
지난 2014년 제15대 연준 의장에 취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책 불협화음으로 연임에는 실패했다.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그가 인준 청문회에서 과감한 재정부양 필요성을 역설하자 뉴욕주가는 사흘 만에 반등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던 옐런은 물가보다 고용을 중시한다.
연준이 2015년부터 긴축으로 돌아서자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금리인상 충격을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옐런 재임 기간 주가는 25% 이상 오르고 실업률은 6% 후반에서 4% 초반으로 내려왔다.
그런 옐런이라면 재무장관으로서도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유연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시장이 기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손발을 맞춰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미 대대적 재정확대 공약을 내걸면서 적극적인 정책을 공언했다.
이에 옐런 뿐만 아니라 파월도 경기부양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발언을 한 상태다.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이들이 적극적 정책 뒷받침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시장 회복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하는 한편, 재정부양책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계속 강조해왔다.
최근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회복되려면 참을성 있게 순응적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6%대로 치솟은 실업률을 낮추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팬데믹발 경제위기 앞에서 미 경제의 두 핵심 기관이 보여줄 협력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연준 의장-부의장 관계였다가 재무장관-연준 의장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이들은 연준 의장 전임자와 후임자라는 관계 외에 개인적 인연도 깊다.
옐런이 지난 2018년 연준을 떠날 때 파월 의장은 자택에서 환송연을 열어주었다. 또한 연준을 떠난 뒤에도 옐런에게 통화정책 관련 조언을 계속 구했다고 한다.
경제적 이해력과 시장과의 소통능력을 동시에 갖춘 옐런, 그리고 연준 정책을 큰 부침 없이 잘 유지해온 파월 의장.
연준 의장 재임 당시 비둘기파였던 옐런, 그리고 팬데믹 위기 속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파월.
경제정책 쌍두마차인 두 사람이 어떤 정책조합을 선보일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를테면 추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연준이 장기국채 매입을 늘리는 식이다.
두 사람이 함께 꾸려갈 안정적 재정-통화정책이 기대된다.
장안나 기자 godbless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