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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기도 저기도 디지털, 마음 급한 손보 업계

오승혁 기자

osh0407@

기사입력 : 2021-01-18 00:00 최종수정 : 2021-0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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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승혁 기자

▲사진: 오승혁 기자

[한국금융신문 오승혁 기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가수 신신애가 지난 1993년 발표한 곡 ‘세상은 요지경’의 가사 중 일부다.

고성장 시대 속 혼란에 빠진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사와 진지한 표정, 막춤이 더해진 무대로 국민들을 사로잡은 이 노래의 원곡은 놀랍게도 1939년 작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풍자로 웃음을 전하는 노래의 유행을 따라 만들어진 원곡이 인기를 끌던 과거에서 2021년 현재까지 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 노래가 코로나19 확산 전 노래방에서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애창된 점이 이를 반영한다.

그리고 요지경 세상에서 세상을 요지경의 원래 뜻과 같이 ‘확대경이 달린 조그만 구멍을 통해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그림을 돌리면서 들여다보는 장난감’처럼 만드는 데에는 디지털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초반, 1989년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해외 명품의 짜가(가짜)의 대규모 유통이 사회 문제고 1939년에는 조선이 짜가 취급 받는 것이 한이였다면 최근 거의 모든 문제는 디지털에서 나온다.

보험 업계, 특히 기자가 현재 취재하고 있는 손해보험 시장에서도 이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이 업에서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아직 아니지만, 손보사 곳곳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디지털’에 각기 다른 자사의 역량을 쏟는다며 비슷한 발언들을 이어간다.

지난해 11월, 산업부에서 금융부로 부서를 옮기면서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제판분리 등 보험 현안과 관련해 지식을 쌓고 취재를 위한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이처럼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일에서 접하게 될 줄은 미쳐 몰랐다.

산업부에서 약 21개월간 통신, 전자, 게임, 콘텐츠 분야를 취재할 때보다 어떤 날은 디지털과 관련 키워드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은행업에서 모은 데이터로 고객 맞춤 상품을 개발한다는 내용과 AI(인공지능)로 보험금 청구 접수건에 대한 심사 절차 자동화 강화에 나서는 이야기가 취재 중에 등장할 때면 그 기시감은 배로 커진다.

그리고 을지로의 지하철역에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보의 QR지점을 보고 모델 신민아 배우의 광고판 속 QR코드로 보험 상품을 점검할 때, 내 폰에 깔린 굿리치, 보맵 등의 인슈어테크사 앱을 드나들 때는 손보 산업 전반이 디지털에 대해 걸고 있는 업의 미래가 얼마나 거대한지 읽힌다.

손보 전반에 걸쳐 흐르는 ‘디지털 선언’이 정점을 찍은 날은 올해 첫 출근일인 지난 4일이었다.

그날 일제히 발표된 신년사에서 삼성화재는 디지털 전환 가속을, 현대해상은 인슈어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혁신을, KB손보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화를, DB손보는 DB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기업과 같은 금융사로의 변화를 피력했다.

최근 롯데손보가 보험 전 과정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는 등의 일도 포함하면 결국 보험업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소리 높여 디지털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하반기 손보사 출범 및 업계 진입 예정 소식이 손보사들의 이러한 목소리를 더 키우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먼저 앱부터 잘 만들고 디지털 강화를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있다”는 불평 섞인 비판이 취재 과정 중 여기저기서 들리는 상황이 아쉽다.

“고객의 눈높이는 이미 카카오 등에 맞춰 진화되었는데 과거에 머물러 사업별로 앱을 쪼깨고 증식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카카오페이 진출 이후 손보 시장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한 고객의 목소리를 손보사들은 힌트로 받아 들여야 한다.

은행 관계자마저 ‘사업부문에 따른 쉬운 직원 평가를 위해 앱을 늘리는 것인가’ 싶게 느끼는 상품, 가입자, 설계사 등의 기준으로 나눠진 앱을 합쳐 ‘싱글앱’ 전략으로 나아가 민첩하게 기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가입자, 설계사의 필요에 따라 앱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채용 포털 앱이 기업 회원과 구직 회원을 구분하고 로그인에 따라 다른 첫 화면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비추어 보면 실정과 맞지 않는 이야기다.

카카오가 처음 은행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기존 금융사 중 누구도 특별히 심각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허나 뱅크, 페이의 성공 이후 카카오페이로 손보에 진입하는 행보를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시선은 과거와는 180도 다르다.

바뀐 시선으로 앱을 바라보고 구글 스토어, 애플 앱 스토어에 올라온 고객의 리뷰를 주의 깊게 살피고 하나하나 빠르게 반응해 가볍고 직관적인 앱으로 진화해야 그 고객과의 다음 만남이 있을 것이다.

오승혁 기자 osh040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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