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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기업의 지속성장과 ‘준비된 승계’

편집국

기사입력 : 2020-10-12 00:00

기업 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 정비 전제돼야
경영권 이전은 신뢰하고 역량 검증된 인재로

▲사진: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사진: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코로나19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항공사가 긴급수혈자금을 받고, 헐값에 매물로 나왔어도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작년에는 178년 역사의 세계최고(最古) 여행사인 토마스 쿡이 파산했다.

중국 기업에 인수되어 명맥은 살렸지만 “기업도 사람도 불로장생은 없다”는 여운을 남겼다. 토마스 쿡의 파산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기업의 승계에 실패하여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중심의 전환기에 혼자 세계각지의 오프라인 영업망을 고수하며 ‘고립된 차별화’의 덫에 갇힌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부채를 감당치 못하고 막을 내렸고 인수기업은 뒤늦게나마 “온라인기반의 여행사“로의 전환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관행을 고수하고 변화를 경시한 조직문화가 자초한 것이다. 방만한 경영, 부실한 재무관리와 더불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빠져 온라인플랫폼이 대세인 시장을 외면했다.

이는 새로운 변화에 맞는 인재들에게 직무나 권한이 승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은 소비자에 맞추어 끊임없이 질주하는 릴레이경주와 같다. 선수 간에 적시의 바톤터치(baton touch)가 되어야 지속가능하다.

기업에서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가정이나 정당, 공동체도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되 앞으로 발전하기 위한 적절한 승계가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통해 나라의 영속도, 기업이나 인간의 장수도 절실한 염원이다.

그 비결은 승계(succession) 즉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세대 간의 바톤터치에 있다. 적시에 적절한 사람에게 이어지는 승계가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왕위와 권력의 승계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적도 있다. 조선(대한제국포함)에 27명의 군주 대부분이 다음 왕인 세자를 책봉했으나 왕위를 제대로 승계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적시에 왕위를 승계하고 후대 왕의 성공을 도운 왕은 태종이 유일하다.

태종은 아버지 태조가 조선건국과 왕이 되는 과정을 함께 했고, 형 정종을 왕위에 올린 2년 후 자신이 왕이 되었다. 즉위 18년 후 스스로 물러나 아들 세종에게 왕위를 잇게 했다. 4년간 상왕으로써 군수통치권을 챙기며 아들 세종이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발전에만 전념토록 했다.

결국 세종은 우리역사의 가장 뛰어난 왕이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종은 조선최초의 적장자인 문종을 8살에 세자로 책봉하고 왕위계승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종은 무려 30년간 세자에 머물렀다. 세종이 승하하고 왕이 되었지만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즉위 2년 후 세상을 떴다. 조선왕 평균즉위나이가 23세, 그러나 문종은 38세까지 세자였다. 태종이 52세, 세종은 54세에 왕에서 물러났으나 승계과정과 결과는 몹시 달랐다.

그런 점에서 적시에 승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요즘 창업주가 건강악화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업 중단의 위기에 몰리는 기업을 종종 접하게 된다. 보유자산의 승계도 그렇지만 기업을 이끌 실권자가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자식이나 배우자가 승계한다 해도 사전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낮선 전문경영인을 들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업승계의 난관에 처하게 된다. 소유권이나 경영권의 이전이 쉽지 않다. 소유권은 지분이나 보유재산인데 이를 상속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상속세납부를 위해 급히 외부자금차입이나 지분매각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근 몇몇 기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전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손톱미용도구의 세계적 기업인 (주)쓰리세븐은 150억 원, 종자전문업체인 (주)농우바이오는 1,200억 원의 상속세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보유주식지분이나 경영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영권 이전도 문제다. 중소기업은 오너중심으로 운영되어 마땅히 사업을 이어갈 사람을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자식이나 배우자와 같은 혈족이 있다 해도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상속세의 부담과 더불어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경우매각이나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정용 플라스틱 저장용기로 알려진 락앤락이나 코스닥 상장 7개월 만에 창업주가 사망한 우리로광통신의 경우는 마땅한 승계자가 없어 지분매각이 이루어졌다.

‘준비된 승계’는 여러 변수로 인해 쉽지 않다. 또한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두 가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상속지원제도를 알아보자. 주로 세금감면, 교육과 컨설팅, 인증으로 나누어진다. 세금감면은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는데 이는 주식증여가액에서 5억 원을 공제한 금액에 10~20%의 특례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한다.

상속세 과세표준의 10~5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낮은 세율이다.

증여세과세특례는 사업승계와 창업자에 대해 적용하며, 중소기업주식할증평가배제,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 연부연납이 있다. 인증제도는 ‘명문장수기업’ ‘100년 소공인’ 등이 있다. 가업승계에 대한 내용이나 차세대 기업가를 위한 교육은 가업승계지원센터나 각 금융기관에서 시행한다.

경영권의 이전은 신뢰하고 역량이 검증된 사람을 육성하거나 영입해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고 상속에 이르기 전에 예비 경영자를 확보해야 한다. 사전에 경영자로 육성된 자식이나 배우자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검증된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좋다. 날이 갈수록 기업수명이 짧아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기업이 세대를 이어 장수하려면 제대로 된 승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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