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00억 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떴다. 통화스와프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잘나가던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부실, 대기업의 부채 과다로 인한 연쇄부도, 대외 신인도 하락, 단기외채 급증,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1997년 달러 부족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국가 부도 직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195억 달러를 지원 받고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각각 70억 달러와 3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 받아 겨우 부도를 막았다.
우리 국민은 피나는 노력으로 3년을 단축한 3년 8개월 만에 구제금융을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너무 컸다. 근대화 이후 누렸던 짧은 기간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울며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넘쳐났다.
더 큰 후유증은 국제통화기금이 주도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도입되고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혹시나 외환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정부 당국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가슴 졸인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 기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외환보유액이 얼마라는 것이다.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이라면 돈이 부족하면 찍으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럴 수가 없다.
외환, 특히 달러 부족에 대비해서 마련한 대책이 통화스와프이다. 스와프(swap)는 바꾸기, (맞)교환, 교체의 의미다. 스와프 거래(swap transaction)는 거래 쌍방이 미리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원금, 이자 등을 서로 교환하기로 하고 일정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원금이나 이자 지급 등 현금 흐름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서로 다른 통화 또는 금리 표시의 채권, 채무를 일정한 조건하에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중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는 자국 통화(돈)를 다른 나라 통화(특히 달러)와 미리 약정한 환율에 따라 교환하고 이자를 지급한 후 만기에 원금을 교환하는 거래 방식이다. 국가나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이나 외환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2021년 3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이외에 캐나다와 무제한 규모로 체결했으며 중국, 스위스, 인도네시아, 호주,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등과 1900억 달러 이상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통화스와프는 환매조건부 외환매매라고도 하며 국립국어원은 쉬운 우리말로 ‘(국가 간) 통화 맞교환’을 제시했다.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산학협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