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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홍콩 둘러싼 레토릭에 긴장하지 않는 시장..불안감과 안도감 사이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6-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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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9일 기자회견과 포고령을 통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제재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은 오히려 안도했다.

트럼프는 홍콩의 특별대우 폐지와 중국 대학원생의 비자 제한, WHO와의 관계 중단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그는 1단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아 시장을 흔들지 않았다.

■ 없어지려는 홍콩의 특혜

지난 5월 28일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에 대한 안보 강화와 외부세력의 간섭 반대 등을 천명했다.

그간 지속돼 온 '1국 2체제'를 '1국 1체제'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 폐지를 공언했다. 그간 무역, 관세, 금융 등의 분야에서 홍콩은 중국과 달리 특권을 누려왔다.

미국은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미국·홍콩 정책법(1992년)을 바탕으로 홍콩을 중국 본토와 차등 대우해왔다.

하지만 홍콩을 중국처럼 취급하게 되면 홍콩에 대한 비자 규제도 강화되고, 제재관세 면제 혜택 등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의 세계경제 재패 전략에 맞서 WHO와의 관계도 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사실상 WHO를 지배한다고 보면서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 당국의 스파이로 의심받는 학생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미국은 중국이 일부 중국인 학생과 연구자들을 이용해 미국의 기술을 빼돌리고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민군융합(Military Civil Fusion, MCF) 전략과 관련이 있는 석사 이상의 중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MCF가 인민해방군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춘 군대로 만드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 미국의 대응, 예상보다 약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행정부에 홍콩 특별지위 없애는 절차를 지시했다"면서 홍콩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홍콩 당국자들도 제재하겠다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역시 "홍콩을 특별대우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서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서 중국 비난에 가세했다

하지만 대중 제재 수위가 우려보다 약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금융시장에선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안도감도 강해졌다. 특히 중국과의 1차 무역합의 파기를 시사하지 않자 주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일단 중국을 강하게 몰아 붙이지는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29일 뉴욕 주식시장의 나스닥은 중국 제재 수위에 대한 안도감으로 1% 이상 뛰는 모습을 보였으며, 달러화 가치는 초반 경계감을 보이다가 트럼프의 연설을 계기로 하락했다.

중화권 주식시장도 이날 급등하면서 '강력한 제재에 나서지 못하는' 미국 상황을 반영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주말 상황을 반영하면서 3% 넘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홍콩 우대조치를 폐지하더라도 홍콩의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에 불과해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홍콩 대미 수출액의 3/4 이상은 중국 본토의 홍콩 경우 재수출이다.

다만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데다 상당수 미국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홍콩에 있어 그 부담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지난 2010~2018년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 중 홍콩 비중은 주식 73%, 채권 60%였다"면서 "홍콩의 IPO를 통한 기업자금 조달액은 2018~2019년 세계 1위였다"고 밝혔다.

또 향후 홍콩의 달러 페그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들도 있다.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달러 페그가 유지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것이다.

■ 더 이상 레토릭에 긴장하지 않는 시장..현실적 접근 유효

자료: 메리츠종금증권

자료: 메리츠종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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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헤게모니 싸움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양강의 패권 경쟁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말을 강하게 하더라도 실제 액션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각자 이해득실을 계산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거친 언사와 같은 레토릭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금융시장도 각자의 실익을 감안해 움직이는 미국과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이 "홍콩의 금융 중심지 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사실 홍콩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거두는 것 그 자체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결국 현실적으로 볼 때 당장 미국과 중국이 앞뒤 가리지 않고 부딪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라 각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홍콩 이슈가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작년 홍콩 사태 때와는 달리 지금의 미국은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의 제재 방안에 '무역'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경기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혹시나 트럼프가 1단계 무역합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있었으나 미국 역시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결국 '기술 문제'로 귀결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홍콩 이슈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일단은 홍콩에 국한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2019년과 달리 2020년부터의 미중 갈등의 핵심은 무역보다는 기술패권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 국적 석사 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도 이런 조처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홍콩에 대해 특별한 지위를 더 이상 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중국에 대한 별도의 강력한 공세는 내놓지 않았다. 또 구체적으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어떻게 박탈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시장을 안심시킨 것은 1차 합의를 뒤집지 않았고 강도 높은 금융제재도 없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언제까지 알만한(?) '연극'을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많은 홍콩인들이 서구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며, 상황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홍콩 시위는 향후 다시 거칠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중의 힘 겨루기가 지속되면 홍콩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시장이 마음을 놓아선 안되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제한적이더라도 우리 입장에선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홍콩은 한국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중요한 곳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수출 국가이며, 한국의 대 홍콩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반도체는 무관세 품목이고,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라는 선까지만 본다면, 반도체에 일단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보다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고 사태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유진투자증권

자료: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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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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