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4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0원 오른 1,229.1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상승이다.
이날 달러/원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책임이 중국 정부에 은폐에 있고, 이에 대해 보복 관세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자산 시장 내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고조된 영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1차 무역합의 종료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이에 미 주가지수선물이 하락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은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1397위안을 나타냈다.
■ 미국 관세 카드가 모든 호재성 재료 짓눌러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처벌을 거론하며 꺼내 든 보복 관세 카드는 이날 금융시장 내 모든 호재를 집어삼켰다.
지난주 미 식품의약국(FDA)이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을 승인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 해소, 경제 재개 확산, 백신 개발 가능성 등 여러 호재에도 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자산(달러) 매집에 집중했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도를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달러/원도 빠른 속도로 레벨업을 시도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미중 무역분쟁 당시에도 원화 약세는 아시아 여타 통화대비 더욱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에 대한 피해는 우리나라와 호주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로 그 충격이 오롯이 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당시 가파른 환율 상승을 경험한 역외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보복 관세 부과를 고려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달러 매수의 이유가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오는 6일 달러/원 환율은 1,230원대 진입과 함께 추가 상승 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며 보복관세 부과를 거론한 만큼 시장 불안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주식시장이나 달러 흐름도 과거 미중 분쟁 당시 모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나온 미중 무역분쟁 이슈는 시장 충격이 배가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리스크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의 약세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 자산시장 내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일 때 못지않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이 1,230원대 진입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로 주식시장 충격이 지속될 경우 당국의 컨티전시 플랜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